사내벤처 열풍시대, 그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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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라는 용어를 처음 제안한 버클리 하스(Haas)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인 헨리 체스부로(Henry Chesbrough) 교수가 남긴 유명한 어록 중 이런 이야기가 있다.

Most innovations fail. And companies that don’t innovate die.
(모든 혁신은 실패합니다. 그리고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죽습니다)

역설적으로 들리는 이 유명한 말은 ‘혁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혁신을 시도조차 않는 기업은 결국 새로운 강자의 출현에 의해 죽을 수 밖에 없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시도하라는 메시지이다.

과거의 기업환경은 역무범위가 정해져 있고, 그에 따라 시장과 고객도 결정되는 한마디로 ‘불확실성’의 정도가 높지 않았다. 불확실성의 정도가 높지 않다는 이야기는 기업이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로 하는 변수들이 통제가능(시장과 수요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액셀에 인풋 변수를 적절이 조정하면 아웃풋(결과)이 거의 정확하게 시뮬레이션되는 시장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기업환경은 엄청나게 빠른 기술의 발전과 변화에 의해 ‘기술 불확실성’정도가 높고, 인구통계학적인 변화에 의해 ‘수요의 불확실성’ 정도 또한 높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 생으로 통칭되는 밀레니얼 세대, 2000년대 생인 Z세대의 등장, 그리고 1인가구의 급증, 시니어 인구의 증가 등 드라마틱한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새로운 수요를 촉진하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야기하기도 하며,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 제품의 출현을 촉진하기도 한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교수인 네이선 퍼(Nathan Furr) 교수의 조사결과 에 따르면, 포춘 500기업의 평균 기대수명은 1998년 68년에서 2014년 16년으로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술과 수요의 불확실성 정도가 높아짐에 따라,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기업들 대부분이 망하거나 사라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급격한 변화의 시대, 국내 대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사내벤처’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자, 혁신을 스스로 만들어 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사내벤처가 성공하기 위한 3가지 조건

기본적으로 사내벤처(In-House Startup, Venture Organization)를 기존 기업조직에서 실험적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완전히 새로운 발상전환을 통해 신시장을 찾아내고, 신규 수익모델을 확보하는데 있다. 왜냐하면 기존 조직, 사업부문은 현재 수성하고 있는 시장, 고객을 유지(sustain)하는 전략수립과 실행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아이디어나 사업아이템을 어렵게 발굴하더라도 그것을 의지를 가지고 실행할만한 창업가 또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발휘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헨리 체스브로는 그의 책 ‘오픈 비즈니스 모델’에서 사내벤처를 포함한 기업의 주요한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이 궁극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내부 개발비용(제품/서비스를 한 단위 이상 만들어내는 데 투입되는 개발 코스트, Internal Development Cost)을 줄이고, 정체되어 있는 매출(Market Revenue)을 스핀오프/스핀아웃(Spin Off/Spin Out)을 통해 극대화할 수 있다(New Revenues)고 강조한다.

<사내벤처는 왜 필요한가? : 오픈 이노베이션은 왜 하는가와 연결되어 있다>

출처 : Henry Chesbrough, Open Business Model, 2006.12

한 마디로 스핀오프/스핀아웃을 전제로 한 사내벤처는 그 자체로 신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한 ‘혁신조직(Innovation Organization)'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혁신조직인 ‘사내벤처’가 성공적으로 대기업 내에서 활성화되고, 성공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아이디어를 스프린트(Sprint) 방식으로 실행할 수 있는 내부프로세스를 설계하라.

스프린트는 초단기간 내에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입으로 개발하여 실행해보는 구글벤처스가 개발하여 유명해진 방법론이다. 사내벤처는 많은 수의 인력과 자금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막연해 보이는 사업아이디어를 고객관점에서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의 해결 가능 솔루션을 제품/서비스로 구현(프로토타입, Prototype)하여 즉각적으로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보완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고객이 누구인지, 무엇이 정말 문제인지, 그리고 어떤 솔루션을 제안해야 하는 지 학습하고, 상용화 시 단번에 전체 고객군을 사로잡는 방법이다. 2~3개월 안에 3~5명의 별동대가 신속, 민첩하게 프로토타입을 통해 시장-고객을 검증하는 내부 프로세스가 꼼꼼히 설계되면 될수록 성공가능성이 높다.

둘째, 실패도 자산임을 인지하라.

기존 대기업의 제품, 서비스는 상용화 후 상당한 마케팅 비용이 투입되며, 고객의 반응이 신통치 않을 경우, 리스크가 너무 커 기업존속에도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큰 조직적 특성을 띄고 있다. 그러나 사내벤처는 주지한 바 와 같이, 애당초 많은 자원 없이 시작하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그 리스크가 대기업과 비교해 볼 때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른바 ‘실패비용(Fail Cost)'의 수준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다. 물론 특정 사내벤처팀이 여러번 실패를 거듭한다면, 창업자를 포함하여 팀의 역량이 아직 수준미달이라는 방증이나, 이 과정에서 고객과 시장과 관련된 유의미한 정보,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후속 사내벤처의 사업아이템을 좀 더 고도화할 수 있는 밀알이 되기 마련이다. 결과는 실패이나, 과정에서 확보되는 인사이트와 통찰력은 내부 자산인 셈이다. 이런 문화가 조직 내에 완전히 정착되면 될수록 사내벤처는 성공가능성이 높다.

셋째, 사내벤처를 육성하고 사후관리할 수 있는 ‘타이거팀’을 강화하라.

사내벤처 자체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이들 사내벤처팀을 조직하고, 육성하고, 사후관리할 수 있는 전담조직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이른바, 타이거팀). 이 전담조직을 통해 외부 전문가, 전문기관, 멘토/코치들이 적재적소에 사내벤처 팀과 링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타이거팀의 역량이 커지면 커질수록, 사내벤처의 성공확률 또한 높아진다.

오픈 이노베이션 다운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필자는 혁신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실패할 두려움, 책임질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한발자욱도 못나가는 기존 조직을 너무 많이 목격한다.
정작 엉뚱한 제품과 서비스를 잔뜩 만들어놓고, 실적이 부진하면 그 때 가서 혁신이 필요하다고 외친다.
그래서 혁신피로도가 생기는 거다. 혁신피로도는 Fast Fail Cost를 아끼지 않고, 그것이 문화로 체득한 조직에게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 그냥 문화 그 자체로 내재화되어 있고, WIKI로 Fail Cost의 수준과 Fail에서 발견한 과정상의 모니터링 결과물을 전사가 공유하면서 Fail Cost 자체도 줄이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마치 이건 A/B 테스트와 비슷하다. 계속 고객의 피드백을 모니터링 하면서 A/B테스트의 결과 CAC(고객획득 비용)을 점점 줄이고, LTV(고객생애주기)를 극대화하는 것과 유사하다.

혁신피로도가 높은 조직의 특성은, 실제로 혁신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면서, 혁신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임원들이 많은 조직이다. 이 피로도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누적적으로 쌓여, 실제 실무진들은 피로도를 뛰어넘어 노이로제에 걸리기 시작한다.

다시한 번, 되뇌어 본다.

Most innovations fail. And companies that don’t innovate die.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실패할 준비는 되었는가?

실패할 준비가 된 순간, 혁신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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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영
더인벤션랩(구, 로아인벤션랩)의 CEO, 경영학박사(MIS트랙-플랫폼 전략). 97년~2004년까지 소프트뱅크미디어를 거쳐 2005년 IT기술전략 컨설팅기관인 로아컨설팅 창업, 이후 2017년 2월 로아인벤션랩(현 더인벤션랩)을 새롭게 설립하면서 이후 본격적으로 액셀러레이터 기관장, 초기 시드투자자로 활동중이다. 더인벤션랩은 중기부 등록 액셀러레이터 기관이자, TIPS컨소시엄파트너(with KB Investment)로서, 현재 70여개 이상의 플랫폼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엔젤/시드투자를 집행하였다. 필자는 '버티컬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2011년 초, 국내에 플랫폼 개념이 국내에 무르익기 전에 열심히 주창하였고, 서적(버티컬 플랫폼, 클라우드북스 발행, 2011년)을 발행하면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버티컬 플랫폼을 리드하는 스타트업과 생태계, 플랫폼과 관련한 전문적인 컬럼을 지속적으로 발표하였다. 김진영 대표는 집닥, 펫닥, 홈마스터, 자란다, 얌테이블, 지구인컴퍼니, 스토어카메라, 오케이쎄, 고투조이 등의 성공적으로 성장하는 많은 플랫폼을 발굴하여 초기 엔젤투자를 주도하였으며, 대기업들과 공동으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런칭(KB국민카드 Future 9, 신용보증기금 Startup NEST, 웰컴금융그룹 Welcome On-Demand, 현대모비스 M.Start 등)하여 Corporate Accelerating 및 Open Innovation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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