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플랫폼 스타트업을 지향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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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을 지향하는 초기 스타트업에 시드 투자를 수년 간 진행하면서, 어떤 점을 보고 초기투자를 결정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사실 어떤 정형화된 방법론이 존재한다고 할 수는 없다. 투자는 항상 협상의 결과물임으로.
 
다만, 기본적으로 시드 투자 단계에서 플랫폼을 지향하는 초기 스타트업은 투자 시점에 이미 플랫폼화된 상태가 아니라, 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투자 검토를 하는 것임으로, 창업 팀이 하기와 같은 것들에 얼마나 민감,민첩하게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 지를 곰곰이 관찰하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제한된 여건에서 가장 올바른 방법이 아닌 가 하는 정도로 내부적 판단 기준을 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Platform Wannabe Startup을 위한 가이드

첫번째는 데이터에 관한 창업팀의 분류기준

요즘은 뭉뚱그려 데이터가 자산이고, 데이터가 있어야 AI를 돌려서 뭔가 만들어낼 수 있는거 아니냐고 추상적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플랫폼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이라면 데이터의 계위/성격이 다를 수 밖에 없다.
1차적으로는 Unit Economics에 해당되는 데이터. 고객 한명당 단위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는 이것은 사실, CAC(고객획득비용, Customer Acquisition Cost)와 LTV(고객생애가치, Lifetime Time Value)로 대변된다. 결론적으로 양면시장에서 1차적으로 중요한 측은 Subsidy Side User(피보조자 측)로 이 측면의 고객(그것이 Enterprise던 Consumer던) 1명을 플랫폼에 온-보딩(On-Boarding)시키는 데 얼마의 비용이 매월 지급되고 있는 지를 시계열로 데이터화 해 관리하면서, 그 온-보딩한 고객으로 인해, 다른 측면인 Money Side User(보조자 측)가 얼마나 증가되는지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Money Side User가 온-보딩한 이후, 이탈하기 까지 우리 플랫폼에 얼마의 Revenue를 안겨주었는 지를 계산하여 이른 바 CAC/LTV Ratio가 어느 정도로 유지되고 있는지 까지 측정할 수 있다면, 이른바 양면시장의 매커니즘이 돌아가고 있는 지 없는 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LTV는 Cohert(코호드 - 타겟고객집단, 동일집단의 크기)가 Money Side User측에서 획정되어야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기 플랫폼 스타트업은 사실 CAC의 효율화가 중요하고, 일정 기간 이후에 형성되는 Money Side User측의 Cohert가 유발하는 LTV가 중요하다. 이것을 이해하고 있느냐 없느냐는 사실 굉장한 차이점을 만들어낸다. 마케팅 비용을 어떻게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으로 할당하는 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고객지표(Key Metrics)에 대한 관리

Unit Economics와 Key Metrics는 겹칠수도 있고 겹치지 않을 수도 있는데, 통상 분리해서 가급적 관리하는 것이 좋다.
 
Key Metrics는 LTV가 특정 Cohert에서 형성되는 과정에서 창업 팀이 관리하는 플랫폼에 온-보딩한 양측 사이드(Two-Sided) 고객과 관련된 중요한 지표들이다. 일반적으로 Acquisition 단계 > Retention 단계 > Revenue 단계로 구분하여 여기에 강하게 연관되어 있는 주요 지표를 양측 사이드로 나눠 관리를 해야 한다.
 
결국 Retention과 Revenue와 강하게 연관되어 있는 고객지표가 어떻게 측정-개선-관리되고 있는 지에 따라, LTV의 수준도 결정되는 것이며(Revenue 연관 지표가 LTV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 플랫폼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투자자라면, 거의 이 구간에서 관리되고 있는 고객 지표를 보고 결정할 확률이 높다. 
 
시드투자는 어쨌든 창업자와 창업팀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것임으로 위의 2가지 레벨에서의 지표관리 역량이 창업 팀에게 존재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플랫폼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에게는 특히 더.
 
사람보고 투자한다고 하는데, 이 말을 의역하면 위에서 언급한 2가지 중요한 지표가 결국 우리가 사랑하는 고객이 우리 서비스에 얼마나 호의적인지를 양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임으로, 이것을 얼마나 잘 설득력있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지를 보고 투자한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다고 할 수 있다.
 

세번째는 손익지표의 논리적 개연성 정도

플랫폼은 선행 지표가 Unit Economics와 Key Metrics이고 후행 지표가 손익지표적 특성이 강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Key Metrics가 손익지표로 전환되어야 하며, 그 시점을 언제로 예측하는지, 어떻게 수익모델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논리적 개연성을 key metrics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당연히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수는 없지만, 매출지표의 개연성은 결국 key metrics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플랫폼을 지향하는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추정손익 계산서의 매출-매출원가-매출총이익-영업이익의 주요 재무지표를 창업자의 의지를 엄청 넣어서 'Guess'하는 경우가 많은데, 추정이라 함은 'Guess'가 아니라, 'Estimation'이다.
 
플랫폼 스타트업은 'Guess'를 하면 안된다. 양면시장의 Key Metrics를 가지고 Tipping Point가 언제 도래하는 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이때 우리의 수익모델이 Money Side Uer로 부터 어떻게 획득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매출원으로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결국 플랫폼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가를 양측 모두 또는 양측 중 어느 한 측(주로 Money Side User)에 수수료나 사용료 형태로 전가하는 것이어서, 지금 그것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당신들의 투자금으로 이 현상을 1년 땡겨서 만들어낼수 있다는 스토리에 베팅을 하는 것이다.
 
"진짜 이 팀은 정말 이걸 만들어 내겠는데?"라는 강한 믿음, 그리고 창업팀에 대한 신뢰가 어우러졌을때 투자는 쉽게 전개 된다.
 

그럼 우리가 데이터 자산이라고 부르는 데이터는 또 무엇인가?

위에서 언급한 3가지 레이어의 데이터는 초기 스타트업이 양면시장 또는 다면시장으로서 의미있는 1차 고객지표와 이것으로 인해 획득 가능한 손익지표를 시계열 데이터로 관리-측정-개선하고 있는 지에 관한 것(=플랫폼을 만들어 나가는 창업자와 창업팀의 기본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플랫폼을 지향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요구하는 또 다른 데이터는 남들이 확보하지 못하는, 차별적 경쟁력이 될만한 창업팀이 획득 가능한 독특한 성질의 레이블링 가능한 2차 데이터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특정상황-환경에서 수집가능한 반정형/비정형/정형데이터, 특정 서비스나 상품에 대하여 고객이 어떤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취향이나 성향데이터 등※)
 
이런 데이터가 창업팀 내부/외부에서 레이블링을 꼼꼼이 한 후, 인공지능 학습모델(이른바 알고리즘)에 넣으니 아웃풋 데이터(Output Data)로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수 있다면 이것이 데이터가 자산화되는 매커니즘을 스타트업팀이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는 1차 지표인 Key Metrics 중 리텐션(Retention)과 유관한 지표를 강하게 견인할 수 있는 신뢰를 부여한다.
심지어 개인화된 서비스나 상품/서비스 추천을 통해 매출지표의 스케일업으로 연결됨으로써 전체적으로 기업의 손익에도 긍정적 영향력을 끼치는 것으로 스토리텔링 된다.
 
정말 최상급 엔지니어만 모여서 데이터 자산화를 꾀하는 팀들도 있다. 그리고 이걸 SaaS 엔진으로 만들어 서비스에서 시작하여 플랫폼화된 스타트업에 SaaS로 팔거나 API 비즈니스로 풀어낸다. 이러한 유형의 스타트업팀은 우리가 통상 이야기하는 양면시장형 플랫폼 스타트업은 아니다. 기술플랫폼화 하여 양면시장화된 서비스플랫폼기업들에게 판매하는 단면시장(one sided market)에 가깝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특정 버티컬 시장 또는 영역에서 서비스로 시작하여 양면 또는 다면 시장화 되려는 플랫폼 스타트업은 쉽지 않다. 열나 힘들다. 때로는 짜증 이빠이 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플랫폼 하면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을 이용해서 뭔가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고 있는거냐 부터 물어보기도 한다.
 
실제로 인공지능이 전혀 필요 없고 양 측 사이드의 1차 고객지표의 성장률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음에도, 어디서 들었는지 그놈의 데이터-인공지능이 뭔가 개입되어서 밸류업 해야하지 않냐고 강조한다. 환장하는 거다.
 
이런 경향 때문인지, 플랫폼을 지향하는 초기 스타트업 팀 중, 간혹 1차원적인 고객지표 이외에 우리 플랫폼에만 있고 다른 유사 플랫폼에는 없는 클라우드 서버에 축적된, 그리고 학습을 통해 개선의 여지가 많은 또 다른 데이터들도 잘 레이블링하고 분석을 해야만 엄청난 가치로 투자 받을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뿐만 아니라, 데이터 레이블러와 데이터 모델러/사이언티스트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게 다 돈인데, 이른 바 지표만 쌓여가고 후행지표인 매출지표는 저 멀리 있고, 이런 전체적 플랫폼의 작동방식을 포괄적으로 이해 못하는 투자자를 만나면, 짜증나게 "그래서 돈은 언제 벌어요? 어떻게 벌어요? 시장이 왜 이리 작아요?" 같은 이상한 말만 늘어놓기 때문에 누구머니에 가서 이런 젠장 투자자들 욕할 수 밖에 없다.
 
플랫폼의 양면 또는 다면시장적 특성상, 어느 한쪽 User의 하키스틱 커브가 빠르게 만들어지지 않으면, 스케일업 가능성에 대한 회의로 연결되기 때문에 결국 플랫폼은 돈먹고 돈먹는 게임으로 가야하는 거 아니냐는 비관론적 견지가 투자자들 사이에 우세해지기 마련이다(특히 제도권 VC 펀드로 갈수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의 모든 스타트업은 플랫폼을 지향하는 기업에 의해 기존 레거시 플레이어들이 해체되기 시작했다는 점이고, 빅테크를 리드하는 것도 결국 이러한 고객지표와 고객으로부터 확보 가능한 데이터 자산을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한 스타트업들이 가장 큰 기업가치로 상장도 하고, M&A도 된다는 것이다.
 
플랫폼은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만 그 변화의 트렌드를 예상할 수 있는 오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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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벤션랩의 CEO, 경영학박사(MIS트랙-플랫폼 전략). 97년~2004년까지 소프트뱅크코리아의 미디어 계열사인 소프트뱅크미디어를 거쳐 2005년 IT기술전략 컨설팅기관인 로아컨설팅 창업, 이후 2017년 2월 더인벤션랩을 새롭게 설립하면서 이후 본격적으로 액셀러레이터 기관장, 초기 시드투자자로 활동 중이다. 더인벤션랩은 지난 8년 간 180개 이상의 플랫폼 및 컨슈머 테크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초기 시드투자를 집행하였다(중기부 TIPS운영사 및 서울형 TIPS운영사). 김진영 대표는 집닥(구주회수완료), 펫닥( 구주회수완료, 시리즈 C), 얌테이블(시리즈 B),홈마스터(중부도시가스 매각완료), 자란다(구주회수완료, 시리즈 B), 보이스루(구주회수완료, 시리즈 B), 지구인컴퍼니(구주일부회수완료, 시리즈 B), 스토어카메라(시리즈A), 오케이쎄(시리즈 A2), 고투조이(시리즈 A2), 고미(시리즈B) 등 성공적으로 성장하는 많은 플랫폼 스타트업팀을 초기에 발굴하여 초기투자를 주도하였다. 특히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진출하는 다양한 버티컬 플랫폼 분야의 한국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선제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과는 공동으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런칭(KB국민카드 Future 9, 신용보증기금 Startup NEST, 웰컴금융그룹 Welcome On-Demand, 현대모비스 M.Start 등), 삼성증권(스타트업 랠리업)을 포함하여 보령제약, 대원, 우미건설 및 국보디자인 등)하여 Corporate Accelerating 및 Open Innovation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국내 액셀러레이터 기관으로는 드물게 코스닥 상장사인 대원-국보디자인 및 우미건설-보령제약 등과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하여 전략적 시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며, 대기업/중견그룹 사내벤처/애자일 조직의 Business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