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9 상하이 리뷰 : 중국의 5G 굴기 홍보의 장 그리고 4YF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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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 및 컨퍼런스인 MWC(Mobile World Congress)가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이어 6월, 중국 상하이에서 다시 한 번 개최되었다. 차마 바르셀로나까지는 가지못했던 필자는 이번 기회에 가까운 상하이에서 말로만 듣던 MWC의 위엄(?)을 느껴보고자, 상하이에 입성했다.

대륙의 스케일이 이번 전시장에도 반영되어있다. 크고. 넓다.
그리고 많다.

MWC는 CES와 함께 세계 4대 전자제품 박람회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모바일에 특화된 박람회로서 그 아이덴티티는 분명 '휴대전화 기기'에 있었겠지만 최근의 모바일 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환경 변화 흐름에 따라 MWC도 모바일 그 자체보다는 이를 통한 변화상을 광범위하게 다루는 쪽으로 아이덴티티를 바꿔가고 있는 추세이며 특히 이번 MWC 상하이는 더이상 MWC의 주인공이 딱딱하고 차가운 하드웨어 제품들 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출처: MWC19 상하이 공식 홈페이지

바르셀로나와 마찬가지로, 올해는 5G 기술이 상용화가 시작된 해인만큼 5G 통신기술을 중심으로 IoT와 AI, 빅데이터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Intelligent Connectivity(지능형 연결)' 이 대주제로 등장했는데 이로써 연결되는 8가지 소주제가 박람회장 전체를 꿰뚫고 있었고 여러 부스들이 앞다투어 5G로 인한 다가올 미래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전시장 전체에는 5G 망이 깔려져있었고, 5G의 핵심인 '초저지연' 을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끔 하기위해 차이나모바일은 5G를 통한 수술 생중계를 보여주거나 혹은 원격으로 멀리떨어진 물류창고의 로봇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었다.

 

전시회장 중심부에 마련되어있던 한국관은 총 20개의 국내 업체 부스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역시나 가장 사람이 많았던 곳은 화웨이 전시장. 별도의 접수를 통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 또한 명확했다. 어디까지나 MWC의 메인행사(바르셀로나)가 아닌 지역행사에 불과하기 때문일까, 중국 안방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둘러보는 내내 화웨이,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ZTE 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 기업 대잔치' 의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화웨이 사태'를 통해 발발된 미중 갈등의 영향 때문인지 국내 통신 3사는 행사에 불참했고, 심지어 오직 중국어로된 브로셔만 준비해놓고 중국어로만 본인들을 홍보하고 있는 소규모 부스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중국 시장이 크고 바르셀로나 이후의 지역 행사라지만, MWC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했을때 필자처럼 중국 외의 아시아 지역에서 참가한 관람객들에겐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MWC가 점차 보다 큰 분야들을 포괄하는 행사로 거듭나며, 여러 볼거리를 더해주는 몇몇 부대행사가 함께 열리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4YFN (4 Years From Now)' 이다. 명칭 그대로 미래의 성장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을 위한 전시회로, 바르셀로나 행사에서는 거의 600개 기업이 참가할 정도로 이미 MWC와는 또 다른 독자적인 네임밸류를 얻고 있는 부대행사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이번 전시에 방문한 사실상 주요 이유

상하이에서의 4YFN은 바르셀로나 때 만큼의 규모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MWC 속에서 색다른 열정과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는 행사였다. 차이나액셀러레이터, SOSV, 상해기술혁신센터 등 중국 상하이를 거점으로 두고 있는 여러 현지 액셀러레이터 및 유관 기관이 중심이 되어 각자가 투자 및 육성한 스타트업들을 소개하고 있었고, 우리나라 또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여러 스타트업들이 부스를 마련하고 있었다.

 

4YFN 부스 내부 전경. 확실히 다른 전시장보다 쾌적(?)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4YFN 부스 내 스피치 스테이지

여러 스타트업 부스들과 더불어, 3일간 진행 된 스피치 세션들 또한 쏠쏠한 재미를 더했다. 특히 상하이는 중국 내에서도 창업 생태계가 잘 조성되어있는 대표 도시 중의 하나인 만큼 다양한 방면에서 창업 생태계를 논하는 주제들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 중 특히 GE, Lenovo, Intel 등 글로벌 대기업 임원들이 오픈이노베이션을 주제로 각자의 사내벤처 운영 경험과 레슨들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스피치가 흥미로웠다. 뜬금없지만 필자는 이번 MWC 상하이 리뷰를 이 스피치를 통해 얻은 짤막한 (어찌보면 당연한) 인사이트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여러 연사들의 주장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핵심 성공요소는 바로 '그들이 스타트업을 얼마만큼 이해하는가' 였다.

조직 외부에서 혁신적 성장 동력을 추구하기위해 최근 많은 대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스타트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은 이미 창업 생태계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그에 반해 이러한 활동이 조직이 추구하는 만큼의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사실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타트업의 이러한 특성을 잘 학습하고 있어야 하는 동시에 이러한 이해가 프로그램에 고스란이 녹아들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말그대로 기술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성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지만 대부분은 아직 한치 앞이 깜깜한 작은 사업체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고 그들이 시장에서 빛을 발하기까지는 많은 외부적 지원과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서의 포인트는, 정작 '얼마만큼의 지원을 해야 하고 얼마만큼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지는 그 누구도 함부로 예측하거나 측정할 수 없다는 것' 이다. 실제로 많은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젝트들은 이런 부분이 잘 고려되지 못한채 당장의 근시안적 관점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성과 지표를 세운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보통 매년 새로운 스타트업만을 찾아다니는 데에만 집중하는 한편 정작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진정한 핵심적 가치에는 절대 도달하지 못한채 결국 오픈이노베이션이라기보단 CSR적 성격에 가까운 결과로 귀결될 확률이 높다.

대기업이 스타트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절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낙관적인 미래를 꿈꾸는게 아닌 철저히 현실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되 쉽사리 예측하고 측정하면 안되고, 또한 절대 조급해하면 안된다. 패널 토론에 참여한 여러 임원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점을 인지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예측과 측정이 몸에 베인 대기업과 예측과 측정이 불가능한 스타트업과의 만남. 어찌보면 이루어질수 없는 만남이지만, 극과 극은 통한다라는 말과 같이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열쇠는 어떠한 물질적 지원도 아닌 가장 기본적인(하지만 가장 어려운), 서로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과 이해가 우선된 접근 방식에 있는게 아닐까.


Contents Contributor : 최범규 PD/Analy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