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창업가 세상이다. 적어도 필자 주변은 그렇다. 업무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이나 이메일이나 SNS로 대화하는 사람들이나 심지어 저녁에 맥주 한잔 하는 사람들 조차도 대부분 스타트업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확신을 갖고 필자를 설득하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들을 바라보는 필자의 시각은 요지부동이다. 그들이 발견한 비즈니스 기회나 시장성, 그리고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 우수성이 아니라 창업가 본인들의 정신과 의식에 집중하고 있다. 왜냐하면 결국 모든 것은 사람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성공이나 미래는 하늘에서 우연히 떨어지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창업 멤버들의 순수한 영혼에 달려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따라서, 그들의 정신과 자세, 인상을 중시한다. 필자가 관상가나 점쟁이는 아니지만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여 이단아 적인 반항아 기질로 오랜 시간 도전해온 세월을 통해 습득한 느낌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창업가는 세상을 지키는 기존 기업가와는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강력한 문화를 기반으로 파괴적 혁신을 통하여 초고속 성장을 지향하는 기업' 인 스타트업의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층과 다른 정신세계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창업가는 정말 성스러울 정도의 높은 가치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단순한 장사꾼이나 비즈니스 맨 하고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강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세상에 등장해야 한다. 마치, 하나님이 시나이 산에서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렸다고 하는 열 가지 계율처럼, 창업가라면 목숨처럼 지키고자 하는 계명이 있어야 한다. 진정한 스타트업 창업가라면 벽에 걸어놓고 매일 적어도 한번씩은 읽고 되새기고 명심하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한 계명 말이다. 필자는 이러한 창업가가 따라야 할 '창업가 10계명'을 정리하고 요약하여 여러분께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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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먼저 창업가 10계명의 기저를 이루는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에 대하여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Entrepreneurship'의 한글 번역은 원래 '기업가정신' 이다. 지금도 사전에서는 '기업가 정신' 으로 대부분 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창업가정신'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기업가'라는 표현은 사업가, 비즈니스맨이라는 좀 기득권적이고 메마른 느낌인데 비해 '창업가'는 무언가 기득권에 대항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창의적이고 풍부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 혁신, 성장이라는 스타트업의 본질과 '창업가정신'이라는 어감이 보다 더 잘 어울린다.
어쨌든 '창업가정신'에 대한 수많은 정의 중에서 필자는 20년 전 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하워드 스티븐슨(Howard Stevenson)의 정의를 베스트로 꼽고 싶다. 그는 창업가의 일은 불확실성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창업가정신이란 한정된 자원을 초월하여 기회를 추구하는 것" 으로 정의 하였다. 이러한 정의를 재해석하고 힘을 부여한 것은 그의 제자이자 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토마스 아이젠맨(Thomas Eisenmann)이다. 그는 2013년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한 칼럼에서 스승의 창업가정신에 대한 정의를 조목조목 새롭게 해석하고 강조했다.
'한정된 자원 초월(Beyond resources controlled)'이란 스타트업 창업가는 태생적으로 필요한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보다 더 많은 자원을 동원하기 위하여 새로운 기회 추구에 따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가의 일은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회(Opportunity)' 를 발견하기 위해서 창업가는 네 가지 중 적어도 하나의 새로운 방법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는 진정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개척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하거나, 기존 제품의 개선 혹은 저렴한 버전을 창출하거나 기존 제품을 아예 새로운 부류의 고객의 타깃으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추구(Pursuit)'는 유일하고 몹시 엄격한 집중을 의미한다. 창업가는 자원이 많은 기존 기업과는 다른 절박감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토마스 아이젠맨 교수에 의하면, 창업가정신은 기업경영을 위한 독특한 접근 방식이다. 즉, 신생기업이나 조직 라이프 사이클의 특정 단계나 기업 설립자 같은 개인을 위한 특정한 역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창업가는 다양한 종류의 많은 조직에서 발견될 수 있다. 창업가정신은 글로벌 경제 발전의 엔진이고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위한 힘이며 창업가 행동을 위한 지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한정된 자원을 초과하여 기회를 추구하는 것’ 이라는 정의는
내가 지금 매일 하는 것을 완벽히 압축해서 묘사하고 있다. 당신은 충분한 자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당신은 더 발명적이고, 더 창의적이고, 더 기회포착적이고,
더 설득력이 있을 필요가 있다.
이 정의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은 내 역할을 도와준다.”
-아이젠맨의 옛 제자이자 현 창업가가 학생들에 주는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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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위대한 스타트업 창업가는 용감하다.
'한정된 자원을 초월하여 기회를 추구하는 것'인 창업가정신은 기본적으로 창업가의 용기를 바탕으로 표출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트업 칼럼 리스트인 제프리 제임스(Geoffrey James, 2013)는 위대한 창업가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 본 후에 모든 위대한 스타트업 창업가는 용감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용감해야 조직의 안정된 일을 포기할 수 있고, 용감해야 실패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고, 용감해야 당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용감한 정신과 행동이야 말로 창업가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인 이유라는 것이다.
비즈니스 전문가인 제프 헤이든(Jeff Haden, 2012)은 아예 용감한 스타트업 리더들과의 직접 인터뷰를 통하여 그들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8가지로 정리하였다.
1. 그들은 ‘네’라고 먼저 얘기하고 나서 약속을 지킬 방법을 생각해 낸다.
2. 그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다르게 생각한다.
3. 그들은 당당하게 소신을 말한다.
4. 그들은 열정적으로 그들의 굉장한 기술을 공유한다.
5. 그들은 그들 자신의 규칙에 따라 산다.
6.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기를 바라기만 하는 것을 한다.
7.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8. 그들은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무시한다.
제프리 제임스나 제프 헤이든 칼럼의 공통점은 결국 용기있는 자만이 위대한 창업가가 될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인데, 필자는 여기서 문득 감명깊게 본 영화인 '브레이브 하트'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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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 10계명
창업가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기를 바라는 '창업가 10계명'을 제시하기 위하여 많은 자료들을 살펴본 결과 필자는 LPG의 공동 창업가인 셀리 프레보스트(Shelley Prevost, 2012)와 Openme의 창업가인 일야 포진(Ilya Pozin, 2013)의 칼럼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진정한 창업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이자 지침을 제시하였는데, 필자는 이를 바탕으로 정리 및 요약하고 약간의 논평을 더하여 아래와 같이 '창업가 10계명'을 정의하였다. 위대한 창업가로 가는 길에 조금이나마 동기부여가 되기를 기대한다.
[창업가 십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