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고객이 가지고 있는 Job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디자인/기능/가격 등 제품자체의 매력때문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1990년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케팅전문가인 테오르드 레빗은 이에 반문을 제기하며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지름 0.6cm의 드릴이 아니라, 지름 0.6cm의 구멍이다"
즉, 고객들은 그들이 해결해야할 작업수행과 목적(홀)을 달성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드릴)를 구매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고객의 구매동기를 이해하려면 JOB을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Customer Job에 대한 연구는 토니울위크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수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에 의해 좀 더 심층적으로 발전되었고, 특히 크리스텐슨 교수는 Customer Job을 특정 상황에서 고객이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라고 규정하고, 제품이 고객가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Customer Job을 잘 관찰하여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기존의 제품 기반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기회를 발굴하는 데 있어 Job-Based Innovation에 대한 접근방법이 최근 들어 부상하고 있습니다.
필립스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가전제품 회사인 필립스는 90년대에 새로운 영역인 의료영상 시장에 진입하고 싶어 합니다.
당시 의료기기 경쟁사들은 주로 CT와 MRI시장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결과 의료 영상 산업에서의 혁신은 주로 기술대체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더욱 발전된 형태의 신제품을 끊임없이 출시한 것이죠.
필립스는 다른 관점에서 사업의 기회를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필립스 제조능력으로 기존 고성능 스펙 제품 경쟁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2002년 이후에도 이런 방식으로 차별화할 기회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죠.
그래서 필립스는 AEH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합니다. 이 기기는 환자들이 갖는 검사장비의 공포심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즉 JOB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기존 MRI같은 의료 영상 촬영을 할 때 원통장비안에 들어간 환자들은 불안함에 몸을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이런 움직임 때문에 영상촬영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죠. AEH 개념은 LED 디스플레이와 애니메이션 영상, 무선주파수 식별센서, 음성제어시스템등의 기술을 활용해서 환자의 마음을 편안히 해줄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습니다.
특히 어린이 환자의 이런 영상촬영은 공포 대상 중 하나였는데, AEH는 이를 줄이기 위해 검사전 단계에서 어린이가 인형으로 직접 스캔을 해보는 체험을 하고, 인형이 스캐너에 들어가면 인형의 스토리가 담긴 애니메이션을 보여줌으로써 근본적인 두려움을 줄여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스캔시간을 15~20% 단축할 수 있었고, 마취 아동도 30~50% 줄였으며,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례도 25~50%가 감소되었습니다.
또한 CT촬영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5~20% 단축되었고, 아동환자 마취비율도 30~50%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제품의 변형, 사양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를 입체적으로 관찰하여 JOB을 파악하고, 그 JOB을 해결한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