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아무래도 생긴지 얼마 안된 단어다 보니 어휘 자체에 대한 몇 가지 오해가 따라다니고 있다 가장 쉽게하는 착각은 산업 분류에 따른 분류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산업분류에서 1차 산업은 ‘농업’, 2차 산업은 ‘제조업’, 3차 산업은 ‘서비스업’ 인데 4차 산업혁명의 ‘4차’를 3차 산업 이후에 나온 새로운 분류의 산업으로 여기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4차’는 이러한 분류에서 나온 단어가 아니다. 여기서 또 다른 개념이 섞여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데,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물결이론’ 이다.
앨빈 토플러가 1980년에 쓴 ‘제3의 물결(the 3rd wave)’에서 제 1의 물결을 ‘농업혁명’, 제2의 물결을 산업혁명, 제 3의 물결을 ‘정보혁명’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다 보니 산업분류와 물결이론이 섞여서 제 1차 산업혁명을 농업혁명, 제 2차 산업혁명을 산업혁명, 제 3차 산업혁명을 인터넷(정보)혁명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X차 산업혁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단어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의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교수가 주창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제 3차 산업혁명’ 이라는 단어 역시 생긴지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단어이다. 제러미 리프킨(1945~ )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2012년 펴낸 저서 ‘3차 산업혁명’에서 3차 산업혁명을 ‘인터넷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의 발달과 재생 에너지의 발달에 의해 수평적 권력구조로 재편되는 혁명’이라고 주장한 것이 처음이다.
애초에 산업 혁명 자체가 1차, 2차 3차, 4차의 차수로서 구분되는 개념이 아니며 리프킨 교수나 슈밥 교수 모두 자신의 이론에 대한 중요성을 ‘산업혁명’에 비견할 만하다는 메타포로서 사용했다. 3차, 4차 산업혁명이 생기다 보니 뒤늦게 1차, 2차 산업혁명이라는 차수 구분이 만들어졌다. 역시적으로 ‘산업혁명 (Industrial Revolution)’이라고 정식으로 부를 수 있는 사건은 영국에서 1750년부터 1830년에 걸쳐 일어난 혁명으로, 기계의 발명을 통해 석탄과 철을 주원료로 하는 면직물, 제철공업 분야의 혁신을 이룬 것을 말한다. 이외에는 메타포일뿐 X차 산업 혁명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슈밥 교수가 자신의 이론을 ‘산업혁명’으로 만들기 위해 앞선 1~3차 산업혁명을 정의했다. 리프킨 교수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나?
슈밥 교수가 정의하고 주장하는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은 인공지능, 로봇기술,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생명과학 등을 통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과정의 최적화를 구축하는 산업혁신을 말한다.
필자가 이 주장을 ‘산업 혁명’이라 부르지 않고 ‘산업혁신’이라고 쓴 이유는 아직까지는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슈밥 교수의 주장은 상당히 현실가능성이 높으며 강력한 파괴력이 예상되는 점을 부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혁명이라고 불러야 하는 시점은 그 사건이 종료된 이후여야 하는 것이지 시작되거나 진행되고 있는 시점은 아니다. 만에 하나 성공을 못한다면 ‘혁명’이 아니라 쿠테타 아닌가.
중요한 것은 ‘산업 혁명’이라는 단어자체에 천착하지 말고 슈밥 교수가 이야기하는 ‘4차 산업혁명’의 내용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제4차 산업 혁명 마스터 하기"는 스위스 Davos-Klosters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 연례회의 (World Economic Forum Annual Meeting 2016)의 주제였다. 세계 경제 포럼 창립자 겸 집행 위원장 인 클라우스 슈 와프 (Klaus Schwab)는 그의 저서 《제4차 산업 혁명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에서 기술 발전에 의해 특징 지어 졌던 이전의 산업 혁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계속해서 웹에 연결하고 비즈니스 및 조직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며 더 나은 자산 관리를 통해 자연 환경을 재생산 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정의만으로 슈밥 교수의 주장을 우리가 구체적으로 느끼기는 어렵다. 아직까지는 실증적인 사례보다는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측면에서 아카데믹한 이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여기저기서 아전인수격으로 끌어다 쓰고 있다.
결국 슈밥 교수의 이 이론이 ‘산업 혁명’으로 역사에 기록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며 처음에 착안했던 내용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산업 혁명’이라는 관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키워드 몇 가지는 ‘자동화’, ‘인공지능, ‘재생산’, ‘로봇(무인화) 생산’ 등이 있다. 애플은 이미 팍스콘 공장에서 ‘팍스봇’이라는 로봇을 이용해 아이패드의 생산을 무인화했으며, 앞으로 이러한 생산방식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밀 기계의 생산 뿐 아니라 아디다스 같은 곳은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전통적으로 사람 손에 의해 만들어져 왔던 운동화를 로봇 생산화하였고 올해 독일과 미국에 추가로 생산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생산뿐 아니라 아마존과 같은 곳의 물류 및 배달 무인화와 오프라인 판매의 무인화 역시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일부로 기록될 것이다. 산업에서 생산, 물류, 판매가 모두 무인화한다면 인간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
과거 산업 혁명이 단순히 생산 과정의 혁신뿐 아니라 인류의 생활 패턴과 구조를 바꾸었던 것처럼 인공지능, 로봇, 자동화 되는 산업 혁신은 그 때보다 더 큰 사회의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우리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하지만 두렵다고 변화를 회피하거나 현재를 고집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무겁다. 미래는 누구도 확신 할 수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