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장애가 있다. 정신적인 장애가 있을 수 있고, 신체적인 장애가 있을 수 있다.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말을 할 수 없는 등 다양한 형태의 신체적 장애가 세상 많은 이들에게 생활하는 데에 있어 불편과 어려움을 주고있다. 물론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고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가꿔가는 장애인들 또한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사실 장애에 대한 정의는 시대나 사회에 따라 변하고 다르다. 다만, 의학적 정의와 법적 정의로 분류 되는 것은 공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장애에 대한 내용을 깊게 다루거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신체적 장애 중 시각장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시각장애를 극복하거나 도움이 될 수 있는 미래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기업들이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 칼럼에서 전해보고자 한다.
시각장애에 대한 설명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협회에 따르면 의학적으로 시각장애는 시력과 시야에 의해 결정되며 법적으로는 장애인의 복지를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내용이 있다. 이러한 내용들을 기반으로 판정기준에 따라 시각장애에 대한 판정이 내려진다. 판정시에는 시력장애와 시야결손장애로 구분하며 그 경중에 따라 현재 1급부터 6급까지의 장애등급 기준이 있다. 시각장애는 여타 장애와 같이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구분되며 시각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은 원인이 다양하고 원인규명이 힘든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재 이러한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인구는 전세계에 약 2억8000만명이며, 이중 4,500만명이 완전 실명상태(2011년 국제실명예방기구)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국제실명예방기구에 따르면 시각장애 인구의 90%가 의료환경이 열악한 빈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WHO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라면 2020년에는 약 7,600만명의 사람들이 실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명원인 중 가장 빈번한 백내장의 경우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기때문에 시각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학적인 치료가 가장 먼저 수반되어야 한다.
시각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
선천적으로 시각장애가 발생했거나 의학적인 치료가 있었더라 하더라도 원인을 발견하지 못해 후천적 시각장애를 갖게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실 이러한 시각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기술적인 노력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져 왔다. 점자책이나 맹인 안내견, 횡단보도의 음향신호기, 점자 보도블럭, 오디오북 등 시각장애인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노력들이 이어져 왔고, 이러한 사회적/기술적 노력 외에 근본적인 원인규명이나 시력회복을 위한 의학적인 노력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되어 왔고 계속 진행되고 있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유전자 치료를 이용한 노력으로 망막세포에 빛을 구분하는 기능이 일시적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화학물질을 유전자에 주입하는 연구도 진행되었고, 배아줄기 세포치료제를 통해 망막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의학의 발달로 인해 일정부분 시력 회복이나 기타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고 장애의 정도가 개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선천적 혹은 후천적 시각장애를 전부 극복하는것 아직까지는 어려운 일이다. 의학이나 기술적인 발달, 개선을 통해서도 아직까지 극복하고 있지 못하는 시각장애를 이제는 조금 더 진보된 기술과 의학으로 극복해보려는 노력과 시도가 전세계에서 적극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시각장애를 극복하거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기술과 기기들이 여러 스타트업들과 의학 종사자들, 국가의 지원 등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시각장애를 위한 미래 기술과 이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시각장애를 위한 미래 기술
시각장애를 위한 미래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모바일 앱, 인공지능,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시각장애를 돕는 방법이다. 다른 한 가지는 뇌 혹은 망막 등 신체에 직접적인 연결을 통해 시각장애를 원천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이다. 전자의 경우 인공지능과 기타 연구를 통해 일정 수준까지 시각장애를 돕는 수준까지 발전했지만, 후자의 경우 의학과 함께 연구 및 발전이 필요한 난이도가 높은 분야인데다가 임상시험이 동반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시각장애를 신체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모바일 앱과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한 시각장애를 위한 미래 기술에 대해 알아보고, 다음 편에는 뇌 임플란트와 같이 신체에 직접적인 연결을 통한 기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인공지능과 모바일 앱, 웨어러블의 결합
안경은 보통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사용하는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개발된 디바이스들 역시 안경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영국 등 여러 국가에 위치한 스타트업들이 이러한 디바이스들을 개발하고 있고, 완전히 시력을 잃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와 망막이 손상되지않은 경우, 혹은 시력이 일정 부분 유지되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등 여러 경우에 따라 사용 가능한 디바이스들이 개발 되고 있다.
Eva – 헝가리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스타트업인 에바(EVA: ExtendedVisual Assistant)는 비주얼 과학자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연동되며 카메라가 장착된 안경을 개발하고 있는데, 안경에는 카메라 외에 마이크, 골전도 스피커 등이 내장되어 있다. 눈 앞의 글씨나 메시지를 카메라로 스캔하여 이미지와 소리를 함께 앱을 통해 서버로 전달하게 된다. (서버에서 분석된 정보를 골전도 방식을 통해 소리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아직 시판이 되는 것도 아니고 개발이 완벽히 끝난 제품은 아니지만, 카메라와 골전도 스피커, 스마트폰앱과 같은 각각의 기능들이 조화롭게 동작한다면 현재 개발중인 기기들 중에서는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보는 것만이 아닌 듣는 것으로 눈의 기능을 해줄 수 있는 스마트한 안경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OrCam – 이스라엘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OrCam이 만든 안경은 작은 카메라 장치를 마치구글 글래스처럼 안경에 클립 형태로 붙이고 사물을 인식해 관련 정보를 카메라와 함께 부착되어 있는 골전도 스피커를 통해 음성으로 전달해 준다. 카메라는 자석처럼 사용자의 안경에 부착이 가능하고, 카메라와 유선으로 연결된 본체가 별도로 있기 때문에 본체를 함께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은 있다.
OrCam의 카메라는 계속 주위를 스캔하면서 사용자의 손가락을 인식하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사물을 인식한다. 또한, 글자나 신문 등 활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경우 손가락이 가리키는 가장 가까운 단락을 인식해 읽어준다. 이를 위해서 회사 창업자가 별도로 비전 알고리즘을 개발해 인식률을 높이는데 사용하고 있다.
최근 안면식별 및 저장 기능이 추가된 OrCam MyEye는 약 3,500달러, 기존 모델인OrCam MyReader는 2,500달러의 가격에 현재 미국, 영국 등에서 판매가 되고 있고 UC Davis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OrCam을 이용해 실제 생활에 활용한 결과 다른 보조 기구보다 효과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직접 가리키는 것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작동하는 방식이기때문에 완벽히 시력을 잃었거나 하는 경우에는 활용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스마트 안경– 영국
2014년 영국에서 개발된 것으로 알려진 스마트 안경으로 옥스퍼드대학교와영국왕립시각장애인협회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역시 안경 형태로 되어 있고 전면에 2개의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등이 장착되어 있고 야간에도 사용 가능하도록 나이트 비전이 장착되어 있다. 2014년 영국 구글챌린지에서도 우승할 정도로 기대를 모았으나, 2년이지난 현재 아직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생산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OxSight이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한 상태고 지속적으로 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상용화된 버전을 만나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2. 스마트폰 앱
웨어러블 형태의 기기들은 아직 개발단계에 있거나 가격이 비싸다는 점들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각장애인들이 보다 간편하고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있는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들이 있다.
1) 서울시 엔젤아이즈
서울시가 개발한 ‘엔젤아이즈’라는 스마트폰 앱은 100여 명의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2개월간 시범운영을 했고 시스템이 안정되자 전국 시각장애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방해, 누구나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엔젤아이즈는 시각장애인이 도움이 필요할 때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 영상을 보호자 또는 자원봉사자 스마트폰으로 전송, 도움을 요청하고 보호자나 자원봉사자가 영상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서비스다. 사람간 영상통화와 같은 느낌을 주지만, 시각장애인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바로 활용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연동되는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하면 양손을 사용하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웨어러블기기의 카메라 화소수가 낮아 사물인식에 어려움이 있는점과 서울시의 상담은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만 가능하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웨어러블 기기의 기술적 보완과 더불어 홍보가 잘 이뤄진다면 더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 Be My Eyes
덴마크에서 개발 된 앱으로 서비스의 원리는 엔젤아이즈와 동일하다. 앱을 설치하고 나면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현재 아이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지만, 50여개 국어로 사용이 가능하고, 도움 이후에는 포인트를 통해 서로 평가를 하도록 되어 있어 악용되는 사례가 방지 되고 자질이 없는 사용자는 차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3) TapTapSee, 아이브릿지
탭탭시는 사물이나 주위 환경을 사진으로 찍고 서버로 전송 후 분석된 내용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데, 서버로 데이터를 보내고 받는 시간이 생각 외로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아이브릿지는 위에 소개된 앱들과 같은 방식으로 카메라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보는 화면을 훈련된 전문가들이 읽어주고 도움을 주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활용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여겨진다.
4) 이밖에 페이스북은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 인식 및 음성으로 표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알려졌다. iOS 기반 모바일 기기에서 실험이 진행됐고, 다양한 언어가 추가 될 계획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역시 AI를 이용한 기술인 SeeingAI를 공개했고, 카메라를 통해 사물이나 주변환경을 인식한 뒤 관련 정보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기술로 알려졌다.
다음 칼럼에서는 뇌 혹은 망막 등 신체에 직접적인 연결을 통해 시각장애를 원천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에서 뇌공학, 뇌 임플란트와 같은 분야가 어떻게 활용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분야와 함께 IT기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앞서 살펴본 웨어러블 기기나 모바일 앱도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도 길지만, 시각장애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IT,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생활을 편하게 만들고 문제를 해결 해주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은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사지마비 환자와 같이 의학만으로는 해결 할 수 없는 신체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활용되는 것이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아직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결국 시각장애를 원천적으로 극복하는 기술이 개발 되어 세상에 변혁을 일으키는 날이 실현될 거라 믿는다. 또한, 시각장애 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와 그 외 다른 장애들도 극복 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의 발전이 많은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도움을 주게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윤준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