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트업 행사를 뽑으라면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열리는 '슬러시(Slush)'가 그 중 하나일 것이다.
2013년에 처음 시작된 이 행사는 해를 거듭하면서 전 세계적인 스타트업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주도의 스타트업 이벤트, 행사가 주춤한 반면, 핀란드 슬러시는 해가 갈수록 그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015년에는 중국과 일본으로도 슬러시 이벤트가 확대되어 아시아 권으로도 '슬러시 포맷'이 확대되고 있다.
슬러시 행사와 관련된 전체적인 분위기와 관련해서는 슬러시 행사에 참여한 한 참석자가 상세히 정리한 글이 있어, 이 내용을 참조하기를 바란다. 2015 슬러시 행사 후기이기는 하나, 2016년 슬러시 행사의 느낌을 잘 알 수 있는 글이다.
슬러시 행사 참관 후기 참조 블로그 바로 가기
필자는 2016년 11월 30일~12월 1일 동안 진행된 2016 Slush에 참관차 핀란드 헬싱키에 방문했다.
(*이번 행사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빅뱅엔젤스(www.bigbangangels.com)가 운영하고 있는 K-Global 스타트업 프로그램(주관은 NIPA)의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초기투자한 4개 스타트업 팀과 함께 방문이 이뤄졌다(1개 팀은 Slush Booth 설치). 로아컨설팅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자회사인 로아인벤션랩 개라지박스(www.garagebox.biz)은 이번 K-Global 스타트업 프로그램의 컨소시엄 파트너사로서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필자는 헬싱키로 날아가기 전 까지 슬러시 행사 웹 사이트를 둘러보며 어떤 이벤트에 참석할까 고민하기는 했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스타트업 이벤트, 행사, 데모데이 등과 뭐가 그리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왜 유럽 경제 중심지도 아닌 핀란드에서, 그것도 한 겨울이면 오후 4시만 되도 깜깜해지는 우울한 곳에서 열릴까하는 생각이 더 컸다(극야 현상). 사실 핀란드는 여름-가을 시즌에 가장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할 정도로 날씨가 청명하고 자정이 넘어도 환해(백야 현상) 야외활동도 길어지는 재밌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하여간 이런 저런 기대감을 가지고 날아간 핀란드 슬러시 행사 느낌은 한 마디로 '굉장한 무질서 속의 질서'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간단히 2016 Slush 행사에서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다.
기존 스타트업 행사와 무엇이 다른가?
필자가 슬러시 행사 2일 동안 행사 이곳 저곳을 참관하면서 한국 스타트업 관련 행사/데모데이 등에서 보지 못한 가장 독특했던 점 몇 가지를 꼽으라면 다음의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1) 참여하는 스타트업, 인베스터 누구나 만들어내는 'Side Event'
슬러시는 크게 'Investor Pass', 'Startup Pass', 'Conference Pass'로 입장권을 구분해서 판매하는데, 이들 Pass를 소지한 누구나 본 행사가 열리는 11월 30일/12월 1일(심지어 행사가 열리는 한 주간 동안에도 가능)동안 행사장이 아닌 행사장 인근 또는 헬싱키 어디에서건 'Side Event'를 쉽게 만들어 별도로 개최가 가능한다.
Side Event의 유형은 워크샵, 밋업, 브런치, 런치, 디너, 프리 파티 등 주최자가 다양한 형태로 개최 가능하고, 슬러시 사이트에서 바로 생성되어 공개된다. 심지어 어떤 Side Event는 참여비용을 내고 참여해야 하는 이벤트도 있다. 슬러시라는 행사에 최고 15,000여 명의 전 세계에서 온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한주동안 헬싱키에 있다 보니, 슬러시 행사 이외에 다양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본인들이 주제를 정해서 마음껏 만나서 네트워킹을 하라는 의미다. 행사자체를 완전히 '개방형 플랫폼'화 하여 주최측에서 행사를 재단하고,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들이 함께 행사와 다양한 네트워킹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필자에게 'Side Event'는 국내에서는 보지못한 새로운 개방형 플랫폼 포맷의 행사를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그런 기회였던 셈이다.
만약 이런 부분을 사전에 인지하고 갔더라면, 슬러시에 참석하는 모든 한국 스타트업들을 만나기를 희망하는 인베스터만을 대상으로 식당을 하나 빌려서 Side Event를 미리 만들어 놓고 참석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지 슬러시에는 코트라에서 지원하는 한국관이외에 Born To Global에서 지원하는 스타트업 부스 등이 별개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었는데, 전시부스 이외에 별도로 이들 스타트업이 한군데 모이고, 관심있는 전 세계에서 온 인베스터들과 만나는 Side Event를 만들어 네트워킹을 했더라면 좀 더 헬싱키에 온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을 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2) 돈 내고 참석하는 전 세계 Angel Investor, 그리고 VC들
주지한 바와 같이, 슬러시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내야 하는 'Investor Pass'의 경우, 그 가격이 약 100만원 정도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투자자를 스타트업 데모데이나 행사에 초청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굳이 이런 행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알아서 투자받으려는 스타트업들이 사업계획서를 보내오고, 전화 한 통 걸면 만나는 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Slush는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은 비용을 부과한다. 그런데 매년 500명 이상의 유럽 뿐만 아니라 KPCB, 액셀파트너스 등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유명 VC의 파트너급 심사역들이 돈내고 이곳에 모여든다. 투자자들이 100만원의 행사참여료를 내고 오는 흔치않은 행사. 왜 전 세계 투자자들이 돈을 내면서까지 이 추운 핀란드로 모여 들까?
본 행사 전날 열린 GAN Investor 네트워킹 파티(행사 전날, 미리 신청한 Investor들만 참석하는 인베스터 네트워킹 파티로, 미리 신청한 전 세계 Startup 10곳의 60초 엘리베이터 피치와 Angel Investor/VC 간 네트워킹이 열림)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여기에 참석한 독일의 모 VC 펀드 심사역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Slush에 왜 많은 투자자들이 돈을 내면서 까지 모여드느냐의 질문에 한마디로 유럽에서 열리는 거의 유일한 전 세계 주요 기술 스타트업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것.
슬러시에 참석하는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서비스/콘텐츠 보다는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많고, 분야도 Bio/Healthcare, IoT, Big Data, Cloud 등으로 다양해서 충분히 돈을 내고라도 참석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그의 답변이었다. 무엇보다, 행사 기간 동안 Startup이 Investor를 골라서 미팅요청을 할 수 있는데, 해당 스타트업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Deal Sourcing이 이뤄진다는 것. 필자가 만난 독일계 VC 펀드 심사역도 행사기간 동안 40여개의 스타트업이 미팅요청을 해 왔고, 그 중 25개 스타트업과 미팅이 빼곡히 잡혀있다고 쉬러 온게 아니라, 일하러 왔다면서 겸연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3) 대학생들과 20대들이 주축이 되어 만드는 문화, '슬러시'
뒷부분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알토대학교의 알토 벤처 프로그램(Aalto Ventures Program), 국제교류 담당직원 서명지 씨(한국인으로서, 알토대학교에서 디자인 전공(석사)을 한 후, 알토대학교의 AVP 글로벌 파트너십을 담당)에 의하면, 원래 슬러시는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의 창업자 미카엘 헤드(Mikael Hed)가 주축이 되어 만든 알토대학교 내 스타트업 모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지금도 슬러시는 알토대학교 출신들로 20대의 젊은이들이 보드멤버로 활동중(Chairman 제외)이며, CEO도 Marianne VikKula라는 20대 젊은 여성이다. 서명지 씨에 의하면 슬러시는 법인체적 성격으로 지금은 전환되었지만, 슬러시행사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Non-Profit Event라고 한다. 실제로 크런치베이스의 슬러시 내력을 살펴보면, Non-Profit Event라고 명기되어 있다(https://www.crunchbase.com/organization/slush#/entity 참조). 행사장에 가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슬러시 Staff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돈을 주고 고용한 임시직들이 아니라, 알토대학교 학생을 포함하여 순수하게 이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즉,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행사가 특정 기업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알토대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대학생들, 그리고 20대의 젊은 보드멤버들이 철저히 행사 기획-운영-관리를 해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핀란드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도 있지만, 행사자체를 만들어나가는 주체는 정부기관이 아니라, 이들 20대의 젊은이, 스타트업인 셈이다.
슬러시 행사장은 검정색 다크초코릿을 연상시키는 어두컴컴한 분위기에 연막탄을 쏜듯한 나른한 안개연출, 부스전시와 Stage(Founder Stage, Green Stage, Black Stage 등) 연출이 마치 자유분방한 펑키락 공연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스타트업 사우나'가 시작된 알토대학교와 알토 벤처 프로그램(AVP)
사실 핀란드 슬러시 행사 이전에 핀란드를 유럽 내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먼저 알리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스타트업 사우나(Startup Sauna)'라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때문이다. 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알토대학교에서 시작이 되었다.
알토대학교는 2010년 1월 1일에 설립된 핀란드의 대학교로, 원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면서, 핀란드의 산업, 경제, 문화를 선도하는 기존 세 곳의 대학(헬싱키 기술 대학교, 헬싱키 경제대학교, 헬싱키 미술 디자인 대학교)을 합병하여 출범되었다.
현재 핀란드 정부는 헬싱키 시내에서 버스로 약 20분 거리에 알토시티를 세우고 있는데, 알토시티는 알토대학교를 중심으로 글로벌 IT기업과 벤처, 스타트업들이 모여 거대한 산학연 클러스터가 구성되고 있다.
필자는 알토대학교에서 부전공 과정으로 알토대학교 학-석사 과정 재학생들이면 누구나 신청해서 들을 수 있는 알토 벤처 프로그램 국제협력 담당자인 서명지 씨를 직접 만나서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필자 또한 소프트뱅크미디어 전략기획팀 재직시절, 회사의 배려로 헬싱키 경제대학교(Helsinki School of Economics) MBA Degree 과정을 수료하였다(2001년). 현재 헬싱키 경제대학교는 2010년 알토대 경제대학으로 통합되었고, 2012년 알토대 경영대학으로 교명을 변경. 알토대 경영대학은 헬싱키 시내, Töölö에 위치해 있음. 현재 헬싱키 경제대학교 E-MBA 과정은 서울, 싱가폴, 폴란드, 대만에서도 과정이 운영 중이며, 헬싱키 경제대학교에 대한 자세한 연혁은 '헬싱키 경제대학교 연혁'을 참조할 것)
알토대학교는 슬러시를 만든 주요 보드멤버들의 출신학교이기도 하지만, 이보다 앞서 핀란드 내 최고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확산시킨 '스타트업 사우나'가 여전히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학교 내 빈 창고에서 시작된 스타트업 사우나 프로그램은 현재 13번의 Batch, 194개의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 4,500개 이상의 Application 출시, 총 1억 달러의 Total Fundraising 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내 고 있다. 재밌는 점은 9월 Batch의 경우, 12월에 열리는 슬러시행사에 참여하여 전 세계에 데뷔할 수 있는 점이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투자자,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데모데이인데, 스타트업 사우나는 슬러시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이벤트와 연계하여 자연스럽게 여기에 선발된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 무대에서 이들의 서비스와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점이 어마어마한 매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핀란드 내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알토대학교 내 스타트업 사우나에 응시하는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오히려 미국 시장 진출에만 열을 올리는 국내 스타트업들도 영어가 공용어인 유럽을 1차 거점으로 인지도를 올린 후 슬러시를 통해 미국으로 확대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 하다.
알토대학교의 간판 중 하나인 스타트업 사우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 함께, 알토대학교의 기업가정신(Entreprenuership)을 과에 무관하게 알토대학교 재학생이면 누구나 듣고 참여할 수 있는 부전공 과정인 알토 벤처 프로그램(Aalto Ventures Program)이 비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국제협력을 담당하는 현지 서명지 매니저와의 인터뷰에서 느낀 가장 큰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보다 자세한 AVP에 대한 설명은 http://avp.aalto.fi/ 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 부전공 과정으로 이수는 알토대학교 내 재학생들만 가능하나, AVP가 개최하는 크고 작은 워크샵, 행사에는 누구던지 참여가 가능
- 알토대학교는 모든 학문에 기업가정신과 관련된 교육을 융합하여 확대(스타트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
한 마디로 슬러시가 자유분방하고 무질서한 것 처럼 느껴지는 현장과 다르게 실제로는 부스 - Agenda - Side Event 들이 톱니바퀴처럼 효율적으로 질서있게 돌아가는 완벽히 개방형 플랫폼의 모양새를 띄고 있듯이, 알토 벤처 프로그램도 학교과 시민, 시민사회 모두가 참여하는 개방형 기업가정신 교육 플랫폼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 네트워크가 지향해야할 것은?
할 말이 많지만, 추후에 따로 할 기회를 가지기로 하고, 필자가 거의 15년 만에 재방문한 헬싱키 슬러시 행사에서 느낀 점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스타트업 관련 행사/이벤트도 이제는 Top-Down이 아닌 Bottom-Up 중심으로 변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정부기관 중심의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직접 스타트업과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만드는 조금은 혼란스럽지만, 무질서속의 나름의 질서, 문화가 있는 한국적인 스타트업 행사의 필요성이 절실해 보인다. 투자자들이 어거지 초청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된 Deal Sourcing의 채널, 창구로서 가치있는 스타트업 행사,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슬러시 본 행사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Side Event 포맷은 반드시 도입해볼만하다. 행사주관 업체의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행사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행사장 인근에서 아에 크고 작은 밋업, 워크샵, 브런치, 디너 파티들이 일어난 다면, 그것만으로도 행사가 가지는 무게감이 틀려질 듯.
둘째, 국가간 경쟁보다는 도시간 경쟁 중심체재로의 변화현상이다. 헬싱키는 지정학적으로 유럽본토와 유라시아를 잇는 핵심이거니와, 영어가 자유롭게 구사되는 도시중 하나이다. 인구가 50여만 명에 불과할 정도이나, 알토대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알토시티가 완성되면 전 세계 주요 글로벌 기업의 R&D연구소가 속속 들어설 예정이고, 스타트업 사우나, 알토 벤처 프로그램, 슬러시 등 유럽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인 스타트업 관련 행사, 네트워크가 개방형 플랫폼 포맷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헬싱키라는 도시 자체가 조만간 글로벌 투자자(VC) - 글로벌 IT/플랫폼 기업 -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연결하는 가장 거대한 도시 플랫폼(City Platform)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도 전국에 주요 혁신도시를 육성하여 기업을 키우고, 대기업이 참여하여 전국 18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벤처, 스타트업 육성 생태계를 만드는 시도를 했으나, 몇 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헬싱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헬싱키 내 기업-스타트업-투자자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헬싱키가 하나의 개방형 도시 플랫폼이 되어, 전 세계에서 투자자-대기업-스타트업들이 모여드는 거대한 네트워킹 로케이션이 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해당 지역 내 투자자-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발상을 전환해 'Outside-In' 관점에서 스타트업 생태계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 않은 도시라면 애매하게 자금을 투입하기 보다는 다른 경쟁력 있는 도시와 합쳐서 도시간 플랫폼(Cross-City Platform)을 구축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일주일 간의 짧은, 그리고 15년 만의 헬싱키 방문이었지만, 필자에게는 나름의 충격과 앞으로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 것인지를 고민해보는 좋은 자리였다. 스타트업 생태계, 네트워크라는 것이 말이 쉽지, 슬러시만 하더라도 2013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이제 4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사실 4년 동안 이런 행사를 자원봉사자들과 20대 청년들이 리드를 해 나간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플랫폼이라는 것이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꾸준히 모여 상호 윈윈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생태계까지 가는 데 3-4년 동안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사업모델이다.
한국은 너무 조급하다. 1년 내 KPI를 달성해야 하고, 보스가 바뀌면 KPI에 도달하지 못한 업무들은 결과적으로 내쳐진다. 인구가 50만 명 정도의 헬싱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서 기존 고정관념에서 빠져 나오는 발상의 전환, 지속성과 연속성을 담보로 하는 생태계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P.S : 이번 슬러시 행사 중 하일라이트인 'Slush 100 Pitching Competition'의 Final Round에 올라간 4개 스타트업 중 2개 스타트업이 한국기업들이었다(Sendbird, Sketchon). 한국 스타트업이 유럽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자신감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