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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의 완전 자율 주행차 상용화가 의미하는 것
지난 6월, 우버가 미국 피츠버그에서 막바지 테스트 중인 완전 자율 주행차의 실체를 공개하면서 CNBC, 블룸버그 등을 포함한 수많은 미국 내 언론들이 자율 주행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며,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드는 완성차 업체들도 자율 주행차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기회의 땅이라고 연일 보도경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우버의 ‘완전 자율 주행차 상용화’는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기존의 전통적인 로컬 배송/물류 체계와 시스템이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 플랫폼에 의해 대체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무슨 이야기일까?
전 세계 100여 개국 인구밀집도가 높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우버 택시가 가까운 미래에 더 이상 운전자 없이 24시간 완전 자율 주행차가 시스템에 의해 통제된 가운데 운영이 가능해지면, 사람만 실어 나르는 것이 아니라, 로컬의 모든 배송물을 사무실과 집으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배송할 수 있다. 우버는 이미 미국 내 6개 도시에서 10분 이내에 우버 운전자가 로컬 맛집(레스토랑)의 요리/음식을 집과 사무실로 배달해주는 우버이츠(Uber Eats)라는 Food Delivery 서비스를 시작했다. 로컬의 모든 것(Everything in Local)을 사람(우버 운전자)이 아닌, 완전 자율 주행차라는 기계(Machine)가 24시간 운영되면서 배송이 가능하다면, 그것도 알고리즘에 의해 가장 빠른 시간(10~30분 이내) 내에 배송이 가능하다면, 로컬의 기존 전통적인 로지스틱스(Logistics) 가치사슬에 참여하던 사업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사업자인 우버에 의해 대체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과거에는 이런 이야기가 상상 속의 허구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데이터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결정’(Data is Everything)하는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는 이런 혁신적인 플랫폼과 데이터 분석능력을 가지고 등장하는 새로운 플레이어들에게 기존 전통적인 제조업체(공장을 가지고 1차 제품을 만들어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전통적인 제조사에서부터, 이들과 연결되어 물류-배송 등 물류거점과 전통적인 배송시스템을 통해 수수료를 거둬들여 먹고 사는 부가적인 지원사업자를 통칭)들은 대체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학계와 업계의 중론이다. 한마디로 기존 전통적인 제조기반 사업자들이 우버와 같은 새로운 혁신 플랫폼 사업자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Uber가 미국 피츠버그에서 막바지 테스팅 중인 첫 상용 완전 자율 주행 택시
출처 : U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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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년 된 ‘Old Startup’의 출현?
2016년 3월, 미국의 저명한 경제지인 블룸버그 비즈니스의 커버를 GE의 창립자인 토마스 에디슨이 장식해서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필자의 눈에는 토마스 에디슨보다 헤드라인의 머릿 기사가 더 강렬하게 들어왔다.
‘The 124 Year Old Startup’.
‘GE, 124년된 늙은 스타트업’의 귀환이라니?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124년이 아니라, 스타트업(Startup)이다. 블룸버그 비즈니스는 왜 GE를 스타트업이라고 규정을 지었을까?
출처 : 블룸버그 비즈니스
이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스타트업’의 개념에 대해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의 저자인 에릭 리스(Eric Lies)에 따르면 스타트업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상황에서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디자인된 조직(A Startup is an organization dedicated to creating something new under conditions of extreme uncertainty)’이다.
국내에서는 창조경제 열풍이 불면서 마치 ‘스타트업 = 창업 3년 미만의 신생기업’으로 알려진 반면, 스타트업의 탄생지인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이란 업력과는 전혀 무관한 완전히 새로운 고객가치를 빠른 속도로 창출하여 성장하는 기업의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 택시업을 위협하고 있는 우버, 호텔업을 위협하고 있는 에어비엔비 등의 기업이 모두 스타트업인 셈이다.
스타트업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상황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빠르게 성장하는 특성을 보이는 조직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대규모 자본력,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어마어마한 시장에서 엄청난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획득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들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특성을 보이고, 주로 애플이나 구글이 깔아놓은 좌판(기저 플랫폼, Dominant Platform)인 앱 스토어에 앱(Native App)을 매개(Medium)로 고객을 끌어모으고(Attract), 고객의 행동패턴/성향/취향 등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 축적하여 분석하는 데 기발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 기발하고 뛰어난 재능을 많이 가진 조직, 스타트업 팀 일수록 보다 정교하게 고객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근본적으로 무엇을 개선함으로써 고객 가치/효용이 높아질 지 예측이 가능하다.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한 스타트업 조직은 벤처캐피탈(창투사)의 투자가 뒤따르고, 이 자금을 가지고 더욱 더 핵심역량/가치에 집중하여 빠르게 성장하고 그들이 만든 서비스가 진화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간의 거래비용을 효율화하며,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생태계(Ecosystem)로 진화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블룸버그 비즈니스가 전형적인 성공 스타트업의 이런 빠르고 기민한 민첩성과 데이터의 취합-분석-실행 역량을 GE가 스스로 스타트업이 되어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강조한 점이다.
2015년,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향후 자사의 비전을 '2020년 전세계 10대 SW 기업으로의 등극'이라고 천명하며 '어제는 제조기업이었으나, 앞으로 GE의 미래를 데이터 분석에 달려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수력 및 풍력 발전소에 들어가는 터빈, 항공기 엔진, 철도운송 수단에 들어가는 파워 제네레이터 등을 제조/생산하는 GE가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그들의 미래이며, 2020년 10대 SW기업으로 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비전에 의해 GE Digital 이라는 새로운 사업부문이 신설되고 1,500명 이상의 데이터 엔지니어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딥러닝 전문가, 소프트웨어 전문가 등이 실리콘밸리를 위치한 이 사업부문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흡수되고 있다. GE가 실리콘밸리 지역의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심지어 스타트업의 핵심인력도 흡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까지 하다.
GE가 최근 가장 강조하고 있는 용어가 ‘산업 인터넷(Industrial Internet)’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제조업의 생산현장(공장)이 스마트 팩토리로 발전하고, IoT센서로 연결된 기계들이 커뮤니케이션하기 시작하면 생산시설의 효율적인 관리와 유지보수뿐만 아니라,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른바 한계비용이 최적화 되는 ‘Batch Size 1’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GE는 그들 스스로 ‘Digital Company’로서 기업고객을 위한 산업 인터넷 인프라를 제공하는 동시에, 거기서 축적한 고객의 데이터를 자산화(Data Asset)하여,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세계 산업계의 구글이 되려고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GE Digital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훌륭한 개발자들이 합류하면서, GE는 기존 제조업에 ‘프레딕스 클라우드(Predix Cloud, 이하 프레딕스)’라는 플랫폼을 번들링(Bundling)해 기업 고객사에게 제공함으로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치 2008년 애플이 아이폰 3G 모델을 발표하면서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아이폰 3G+ AppStore’를 번들링 해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하는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 냈던 것과 유사하다. 프레딕스는 기존 사용한 양만큼 비용을 월 단위로 지불하는 클라우드 서버(Cloud Server, AWS가 대표적임)플랫폼 처럼, 기존 GE의 생산제품에 IoT센서를 수십 개~수백 개를 장착하여 고객사 사이트에 출하하고, 고객사 사이트(Data Point)에서 수집되는 모든 정보(기계장치에서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Parameter, Signal 등)를 프레딕스 서버에 축적 및 실시간 분석(Data Analytics)처리하여 고객사에게 제품 구매 시 번들링하여 제공된다.
한마디로 GE의 제품을 구매하면, 프레딕스 플랫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기기, PC 등을 통해 현장의 기계설비 및 장치들이 이상 없이 작동되고 있는 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이상징후 발생 시, GE엔지니어들이 먼저 감지한 후, 원격에서 유지보수가 가능하다. 작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이 투입되는 거대한 산업용 기계장치/장비가 예상치 못한 고장이 발생하여 입게 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 사의 ROI(Return On Investment)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GE의 프레딕스 플랫폼은 GE의 제품과 번들링 되어 고객사의 ROI를 궁극적으로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더 나아가 GE 제품에 완전히 록인(Lock-In)되는 현상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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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가?
GE가 프레딕스를 통해 기존 제조업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아주 명료하다.
첫째, GE의 기존 사업분야(수자원/재생에너지, 전기-전력, 철도수송, 항공 등)에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방식에 프레딕스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개입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플랫폼 비즈니스)로 완전히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GE는 프레딕스 플랫폼을 기존 제품 구매 고객사들에게 기본 번들링함으로써, 고객사와 고객사의 협력사들이 프레딕스를 통해 그들의 생산현장과 주요 기계설비/장치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관측/관찰하여 관리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계설비와 장치가 고장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을 사전에 막고 고객사의 생산성과 ROI를 극대화 시켜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사는 GE의 제품 플랫폼에 고착화되어 대체재 및 경쟁제품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제공하는 기존의 제품을 단순 구매함으로써 얻는 고객가치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둘째, 프레딕스 플랫폼에 쌓인 고객 사이트의 데이터에 기반하여 특정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변인 및 변수를 파악하고, 계속해서 학습함으로써 유관 산업계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그들의 플랫폼으로 참여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이미 프레딕스는 오픈 플랫폼으로 API를 특정 사업자에 한 해 승인 후 공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프레딕스는 구글, 페이스북이 자사 플랫폼을 개방함으로써 전 세계 개발자와 개발업체를 생태계로 끌어들인 것 처럼, 전 세계 주요 기계장치 및 설비시설을 운영하거나, 이들을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코자 하는 다양한 중소기업들을 프레딕스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산업계의 구글, 페이스북의 역할을 GE가 관장하는 셈이 된다.
GE의 사례로부터 국내 제조기반의 대기업이 가까운 미래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먼저 기존 제조 기반의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이 디지털 기술의 활용에 의해 완전히 새롭게 변하거나, 이를 주도하는 신규 플랫폼 사업자에 의해 해체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현상의 가속화이다. 로아컨설팅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선형 프로세스 중심의 자원통제적 가치사슬 중심' 비즈니스(기존 전통적 제조기업의 비즈니스 방식)에서 실시간 데이터 수집-분석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양면-다면의 다양한 생산자-소비자(이해관계자)가 새로운 가치(비효율성 제거+효과성의 극대화 = 거래비용의 극소화) 획득이 가능한 '생태계 중심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되는 현상을 통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조직-문화에서부터 비즈니스 모델 전반이 변화(Transformation)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가능케 하는 주요 기술을 제조기반 대기업들이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스스로 디지털 컴퍼니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딥러닝과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사용된다.
기존 제조기반 대기업 내에 여전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턱없이 부족하고, 특히 공장시설, 생산현장의 어느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는 가(데이터 소스원)에 대해 내부적인 고찰이 없는 상태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과거 ERP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과는 다르다. 무조건적인 ‘디지털’로의 이행이 아니라, 피지컬(Physical, 물리세상)과 디지털이 융합된 ‘디지컬(Digical, Digital과 Physical의 합성어)’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내적 상황에서는 CEO 또는 오너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완전한 믿음을 전제로 GE의 사례에서와 같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전담하는 사업부문과 전담인력의 지속적이고 연속성 있는 배치가 초기에 매우 중요하다.
또한 ‘Physical To Digital’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매개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데이터'라는 점이 전사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은 데이터가 중심이 되는 사업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제조업계에 ‘제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상당한 화두다. 주지한 바와 같이,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스마트 팩토리 또는 공장이 똑똑해지는 것과 같은 지엽적이고 협의의 개념이 아니라, GE의 사례에서 보듯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기존 전통적인 제조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새로운 고객가치, 더 나아가 생태계 가치를 획득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드라마틱하게 변환되는 것이다.
특히 제조기반에서 한국의 산업혁명을 이끌던 국내 대기업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각자 나름의 비전과 철학을 현재단계에서 오롯이 세우지 못한다면, 우버와 같이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고 민첩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사업자들에 의해 위협을 받는 강도가 심해질 것이다. ‘디지컬’세상에서 산업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