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epreneur가 최근 공개한 2016년에 주목해야 할 9개 스타트업 리스트에서 특히 필자의 눈길을 끄는 업체는 ClassPass이다. ClassPass는 2013년 뉴욕에서 시작 된 업체로 제휴 중인 헬스장에서 피트니스 클래스를 수강할 수 있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ClassPass 사용자는 월 99달러만 내면 일반적인 헬스장(Gym)뿐만 아니라 요가 스튜디오나, 킥복싱 클럽 등 다양한 곳에서 버라이어티한 프로그램을 무한대로 즐길 수 있다.
ClassPass는 현 시점에 3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3천개 가량의 헬스장과 스튜디오가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비스 제공 지역 또한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유럽, 호주 등으로 확대된 바 있다. 가장 최근인 2015년 11월 Series C 단계에서 받은 3천만 달러까지 합하면 총 8천 4백만 달러라는 거액의 투자자금을 모집하기도 했다.
앱을 통해 가까운 곳에서 진행되는 피트니스 클래스를 검색할 수 있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예약하는 등 자신만의 운동 스케줄을 만들어서 활용할 수 있다. 오늘은 헬스장에서 단체 강습을 받는다면 내일은 발레 스튜디오에서 발레 다이어트를 하고, 그 다음 날은 HIIT(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스케줄이 꼬여서 야근을 하게 된다면, 앱을 통해 바로 변경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그때 그때 원하는 일정에 맞춰서 운동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인 셈이다. 더이상 런닝머신 위에서만 주구장창 달리며 지루함에 몸을 비틀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ClassPass의 사례는 Airbnb를 넘어 공유 경제가 활성화 되는 영역이 우리 실생활에 보다 가까워진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Digital Middleman으로 일컬어지는 매개 플랫폼 사업자가 공략하는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례는 역시 뉴욕에 등장한 DryBar의 성공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DryBar는 이름 그대로 머리를 드라이 하면서 우아하게 음료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2009년 프로페셔널 헤어 스타일리스트이자 Faith Hill이나 Paul McCartney의 PR 담당자로 활동해 온 Alli Webb이 설립 한 DryBar는 4곳의 샵에서 시작하여 2015년에 총 48곳으로 늘어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2014년 6월 2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여 총 4,850만 달러의 투자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고객은 가까운 DryBar에 방문하여 Cosmopolitan이나 Manhattan, Mai Tai와 같은 칵테일 이름으로 된 스타일 레시피를 선택하고 드라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샴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머리를 하는 동안 샴페인 글라스에 음료가 제공되는 등 편안하면서도 럭셔리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가격은 머리 길이나 스타일에 상관 없이 1회에 $45이며, 헤어 드라이 서비스 이외에 펌이나 염색, 컷팅 등은 제공하지 않는다. 드라이만 하기 위해 헤어샵을 방문하는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사실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드라이해서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뿐만 아니라, 아무리 잘 한다한들 전문가가 스타일링 해주는 것에 비할 수는 없다.
ClassPass의 미용실 버전 서비스 등장 러시
DryBar는 물론 공유 경제 서비스라고 할 수는 없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바로 DryBar의 서비스에 영감을 받아 이와 유사한 컨셉의 공유경제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Vive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역시 뉴욕에서 시작된 업체로 헤어드라이 온디멘드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다. DryBar가 건별로 과금하는 것과 달리 Vive는 월 150달러의 섭스크립션 비용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헤어 드라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Vive는 DryBar가 자사 매장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로컬 지역 미용실과의 제휴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고 예약하게 되는데, 이 때 희망하는 헤어샵을 직접 지정할 수는 없으며 Vive의 알고리즘을 통해 가장 가까우면서도 해당 시간에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곳이 매칭되어 예약이 진행된다. 직접 이 서비스를 사용해 본 Business Insider 기자에 따르면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그 동안 모르고 지내던 샵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으나, 여전히 현금으로 팁을 지불해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고 한다. Vive는 2015년 4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1만 건의 예약 건수를 달성하였으며, 예약이 이루어지는 경우의 약 50%가 예약 시간 12시간 전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Vive와 유사하게 BeautyPass라는 서비스도 뉴욕의 약 150개 헤어샵과 제휴하여 멤버십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사용할 수 있는 Occasional Pass가 60달러에, 4번 사용할 수 있는 Maintenance Pass가 120달러,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Unlimited Pass가 165달러에 제공된다. BeautyPass는 헤어샵과 스파 등을 예약하는데 포커스하고 있는 BeautyBooked가 제공하는 서비스이며, 최근인 2016년 1월 19일 뷰티 예약 서비스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는 StyleSeat이 BeautyBooked를 인수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들 서비스가 모두 뉴욕을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다면, 미 서부인 LA에서 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스타트업도 있다. Treat은 앞서 소개한 Vive나 BeautyPass와 유사하며, 가격 측면에서는 무제한 서비스를 월 125 달러에 제공하고 있다. 이용 가능한 헤어샵은 주로 웨스트 할리우드나 베벌리 힐즈 지역에 위치한 곳을 엄선하여 제휴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Treat은 San Francisco 지역에서도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심지어 최근 시카고에는 월 30달러를 지급하면 하루 한 번 매일 로컬 커피샵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BrewPass라는 서비스가 나오기도 했다.
Digital Middleman의 등장이 로컬 사업자들에게는 득일까 독일까?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포인트는 ClassPass나 Vive류의 서비스가 헬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나, 헤어샵을 운영하는 지역 사업자들에게는 과연 어떠한 베네핏을 주는가의 여부이다. 일단 ClassPass의 경우 기본적으로 ClassPass를 통해 예약 한 고객이 방문하는 경우 (Drop-in Rate)마다 18달러를 헬스장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Vive 등 헤어샵 서비스들의 경우에는 정확히 얼마의 포션을 나눠주는지에 대한 부분은 알려지지 않지만, Unlimited Pass 방문 고객의 방문 횟수가 증가할 수록 각각의 사업장에 돌아가는 포션은 줄어들 것으로 짐작된다.
위에서 소개한 대부분의 서비스의 경우 Partner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요소로 매장이 비어 있는 유휴 시간을 채워줄 수 있다는 점과, 매장을 홍보하고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회사 옆 코너에 있었지만 존재감을 모르고 있던 헤어샵을 발견하는 식으로 말이다.) Concierge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일일이 응대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점 등을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베네핏이 로컬 사업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으로 여겨질 수 있을까?
일례로 ClassPass의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험자에 따르면 헬스장 트레이너로부터 ClassPass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등록하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사업자들의 입장에서 ClassPass를 통해 방문하는 고객을 자체적으로 흡수하여 내재화하지 못한다면 뜨내기처럼 오고가는 손님이 많아지는 것이 마냥 달가운 일일 수만은 없다.
이와 같은 현상을 두고 뉴욕 타임즈에 기고 된 컬럼에서는 디지털 미들맨 이코노미(Digital Middleman Economy)가 강화되고 있는 현상의 한 단면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미 아마존이나 우버, 심리스(Seamless) 같은 사업자의 성장은, 디지털 미들맨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실물 경제의 다양한 사업 영역을 해체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새로운 디지털 미들맨인 ClassPass나 Treat의 등장을 막기는 어려우나, 이미 매우 적은 마진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지역 레스토랑이나 서점, 헬스장 등은 수수료나 광고 명목의 비용, 카드 수수료 등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반면 ClassPass가 성장하는 속도는 놀라운데 2014년 한 해 동안 1만 건의 예약이 ClassPass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졌다면, 2015년 2월 한 달에만 이미 60만 건의 예약이 이루어질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 속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헬스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멤버십 고객이 이탈되는 현상을 눈에 띌 정도로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속도로 성장하다 보면 헬스 비즈니스 전체가 이러한 모델에 의존하는 모양으로 가지 않겠는가 하는 예측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후퇴할 기미는 보이지 않으며, 후퇴한다는 것은 마치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싫어져서 우편으로 메일을 보내기로 결정했다는 것과 같이 현실성 떨어지는 일이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타나고 있다.
ClassPass의 경우 헬스장에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의 방문이 뜸한 시간대만을 골라서 ClassPass에서 예약이 가능한 타임 슬롯으로 오픈해둘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식이다. ClassPass 측의 관계자는 또한 헬스장 사업주와 방문 고객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가격 체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최근 투자 받은 자금 등을 이에 활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내 시장에 시사하는 바는?
국내에서도 Digital Middleman들이 활약하는 영역이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카카오가 조만간 카카오 헤어샵을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택시나 대리운전에 이어 뷰티 영역으로까지 확대해 나가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이미 국내에도 ClassPass와 유사한 형태의 사업이 다수 등장해 있는데, Kfit을 비롯한 유사한 업체가 작년에만 13곳 이상 등장했다고도 한다.
뉴욕 타임즈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이러한 Digital Middleman들의 등장이 더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어 갈 것이며, 이를 막는다는 것은 시대 착오적이며 순리에 어긋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에도 공감한다. 필자 본인만 하더라도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서 주문하거나 예약하는 행위가 어색하게 느껴지고, 아직도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예약 불가능한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것이 몹시 불편하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다만 로컬 사업자 같은 실물 경제의 주체와 이들 미들맨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블렌딩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은 다소 어려운 숙제가 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겠지만 양 측이 Win-Win 할 수 있는 포뮬라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이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Digital Middleman의 등장을 적대시하기 보다는 오히려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유인하려는 자세가 로컬 사업자들에게 요구된다면, Digital Middleman에게는 궁극적으로 로컬 사업자의 성장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의 볼륨을 극대화 해준다는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