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스타트업이 공룡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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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이미 지배하고 있는 대기업 속을 비집고 들어가서 고객을 뺏어와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대기업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부담이다.
하지만, 대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인력과 자본이 많다는 사실이 스타트업에게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 중 불만족 고객의 미 충족 니즈를 충족시키거나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먼저 내놓으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히려 작은 스타트업이 승리할 수 있는 경쟁 우위 점이 부각될 수 있다.
진정한 스타트업의 본질을 추구하며 용감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면 거품과 허세로 둘러싸인 비겁하고 아둔한 공룡기업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 스타트업은 가격 파괴를 통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기존 솔루션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여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획득할 수 있다. 고객의 고통을 야기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기존 대기업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발견하여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결국, 평소에 대기업에서 제공하는 솔루션이 가격대비 가치가 별로 높지 않다고 불평하던 고객은 스타트업의 새로운 제품을 선택하게 되고 시장은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기업의 가격정책은 유연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보통 매 분기 시장에서 기대하는 예상 매출과 이익을 달성해야 하는 주주로부터 부여된 무언의 압력이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과의 가격 전쟁에 나서기가 어렵다. 대기업은 자신의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비용 아래로 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얘기다. 가격을 내리게 되면 자신의 분기 이익 목표를 위협할 것이고, 그것은 결국 자신의 주식 가격을 하락시켜서 주주의 원성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현재 누리고 있는 큰 이익 마진을 보존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비용을 줄이는 게 힘들고,의사결정의 범위가 좁다는 것은 스타트업 에게는 큰 기회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솔루션과 열정만 있다면 자유롭게 즐기며 시장을 잠식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거품 가격과 허세 비용은 스타트업에게는 아주 쉬운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이다.

  • 스타트업은 노비가 아닌 주인이 되길 원하는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필자가 대기업 출신이라 그런지 주위에는 아직도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이 많다. 높은 급여와 훌륭한 복리후생 혜택을 받고 있는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높지 않다. 특히 자아의식과 성취욕구가 강한 친구들일수록 권위와 통제의 대기업 생활에 대한 회의가 많다.

하지만, 주인의 명령에 따라 직장노비처럼 사는 자신을 한탄하면서도 적당히 정치나 하며 사는 자신이 무위도식자임을 인정하면서도 지금 받고 있는 혜택을 버리고 새로운 선택을 하는 건 감히 염두에 두지 못한다. 늦은 나이와 가족의 생계, 그리고 새로운 선택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다르다. 아니 달라야 한다. 소모성 비용 개념의 노비적 대기업 직원을 거부하고 진정한 성취와 진보를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의 능력 있는 인재는 충분히 많다. 그들은 단순한 물질이 아닌 보다 높은 정신적 가치를 추구한다. 그들은 현재를 위한 안주보다 미래를 위한 도전을 선호한다. 그들은 의미 있는 일을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며 세상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기를 원한다.

이것은 스타트업이 최고의 인재를 유혹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높은 연봉을 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만일 당신이, 당신의 스타트업이 그런 심오한 의미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능력 있는 인재들에게 확신시켜 줄 수 있다면, 그들은 기꺼이 대기업 대신 당신의 스타트업을 선택할 것이다. 당신의 스타트업이 공동 주인의식, 열린 수평 소통, 그리고 즐거움이라는 문화를 바탕으로 파괴적 혁신을 통하여 초고속 성장을 추구하며 세상을 바꾸겠다는 비전이 살아있는 한 의식 있는 훌륭한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 스타트업은 탁상공론 대신 선제 공격할 수 있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의사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대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거나, 가격 정책을 새로 수립하거나, 유통 구조를 변경하거나, 비용을 줄이거나 혹은 프로모션을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찾을 때 사전에 협의하고 보고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보통 대기업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의사결정권자에 보고하기 전에 협조사인을 받아야 할 곳도 서너 부서나 된다.

이해관계가 다른 그들과 미팅하고 그들을 설득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다 보면 진이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기존 고객을 만족시키는데 익숙한 대기업에서 새로운 시장창출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실행하는 것은 분위기상 쉽지 않다. 여러 부서의 동의를 구하기 위하여 완벽한 기획서를 만드는데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전략컨설턴트이자 스타트업 투자자인 피터 코한(Peter Cohan, 2012년 11월 6일)은 진정한 가치는 아이디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만일 당신의 아이디어가 좋으면, 사람들은 그것을 훔칠 것이다. 당신의 할 일은 그들보다 더 잘 실행하는 것이다" 라며 시장 테스트와 학습을 통하여 개발한 비즈니스가 처음 아이디어 보다 몇 배 더 가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린 스타트업'과 '인테러뱅 사이클'을 통해 주장했던 논점과 일치하다.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하는데 오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시장에 신속히 내놓고 고객의 반응을 보며 발전시키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스타트업은 대기업보다 훨씬 현명할 수 있다. 고객의 시각에서 시장에서 배운 것을 보다 신속히 반영하여 수정할 수 있다. 시장 변화에 따라 보다 더 재빠르게 움직이고 보다 더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바로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인 것이다.

필자의 개인 경험 중에서 필자가 정의한 스타트업 본질을 갖춘 기업을 꼽자면 옛 한솔PCS(현 KT)가 떠오른다. 90년대 중반 창업된 이동통신 회사로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명확한 구조였고, 공동 주인의식과 열린 수평 소통 그리고 즐거움이 살아 움직이던 문화를 갖추고 있었다.

당시 필자가 광고팀장을 맡고 있을 때 청소년 전용요금제이자 정액요금제인 '018틴틴'을 시장에 처음 내놓아 이동통신시장을 뒤흔들 정도의 빅히트를 친 적이 있다. 당시 10대 대상 상품에 대해 사내의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우리 팀은 밀어붙였고,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런데, 청소년 정액요금제는 필자의 아이디어도 아니었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아니었고, 대단한 아이디어도 아니었다.

또한, 당시 5개 이동통신사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상품화해서 시장에 출시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단지, 경쟁사들은 10대 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보다 완벽한 시장 타당성 분석과 보다 정확한 수익 예측을 위하여 기획서만 계속 가다듬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우리 팀은 이동통신 최초 청소년브랜드의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고, CEO에게 권한을 위임 받아, 신속히 상품화하여 강력하고 차별화된 출시 프로모션을 실행하였다. 당시 랩 형식의 독특한 '018틴틴' 광고 캠페인은 잭팟을 터트렸고, 매출과 인식 모두에서 10대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조직과 문화를 크기에 맞춰 그대로 줄인 축소판이 아니다. 대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기획서를 작성하고 수정하고 타 부서의 협조사인을 받는 등 탁상공론에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을 통하여 고객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배우며 고객의 피드백 하에 아이디어를 수정하고, 반복하고, 개선하면서 신속히 움직인다. 바로 이러한 스타트업의 민첩성이 공룡의 아둔함을 제압하는 것이다.

 

                                "당신이 성공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나는 허가보다 차라리 용서를 구하겠다"

                                      -리차드 브랜슨(버진그룹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