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융합이 대세다. 언젠가부터 여기저기서 ‘융합형 인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더니 얼마 전 한 대기업은 ‘융합이란 무엇일까요?’라는 주제의 광고를 시리즈로 내고 있을 정도다.
2014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지금까지 다른 영역이라 여겨졌던 요소들이 결합해서 새로운 성장과 혁신이 탄생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CES는 전통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제품 회사들의 독무대였지만, 올해는 “가전쇼야? 모터쇼야?”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아우디의 루퍼트 슈타들러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자동차는 IT와 융합해 자동차 자체는 물론이고 이동성의 정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마케팅과 테크놀로지가 만나는 놀라운 디지털 혁신
2014년 마케팅에 주어진 과제도 바로 융합이다. 아우디 회장의 연설문에서 ‘자동차’를 ‘마케팅’으로 바꾸면 오늘날 기업 경영자와 마케터들에게 주어진 융합의 과제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마케팅은 IT와 융합해 마케팅 자체는 물론이고 창의성의 정의를 재정립해야 한다.”
마케팅은 왜 테크놀로지와 융합해야 하는 것일까? 『융합하라!』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레이저피시의 CEO와 CTO인 봅 로드와 레이 벨레즈는 미디어, 테크놀로지, 크리에이티브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창의적인 혁신과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나이키 플러스 퓨얼밴드나 구글 글라스에서부터 메르세데스 트윗 레이스, 켈로그 스페셜K, 유니레버 액스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인 컨버전스 마케팅의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자칫 어려워 보일 수 있는 클라우드나 빅데이터, 유비쿼터스 컴퓨팅 등에 관한 주제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
사례 연구: 메르세데스 트윗 레이스
클라우드가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메르세데스 트윗 레이스를 살펴보기로 하자. 2010년 12월 메르세데스-벤츠 미국법인은 슈퍼볼 캠페인의 일환으로 자사 페이스북에 특별한 운전자를 모집하는 글을 올렸다. 동영상 콘테스트를 통해 선정된 4개의 팀은 세계 최초의 트윗을 연료로 하는 자동차 경주에 참가할 자격이 부여됐다. 운전하게 될 메르세데스 차종 이름을 따 명명된 MBteamE, MBteamS, MBteamCL, MBteamGL 등 4개의 팀은 2011년 2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 특수 장치가 장착된 4대의 메르세데스를 타고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뉴욕, 탬파 등 4개 도시에서 출발해 1,400마일을 달려 슈퍼볼 결승전이 열리는 댈러스로 향했다. 이 경주는 문자 그대로 트윗을 연료로 하는 경주였는데 자기네 팀을 응원하는 트윗 4개를 받을 때마다 1마일을 달릴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각 팀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응원 부대를 온라인에서 조직하였고, 경주 결과 벤츠 S-클래스 하이브리드 세단을 타고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한 MBteamS가 우승을 차지하여 2012년형 C-클래스 쿠페를 부상으로 받았고, St. Jude Children’s Research Hospital에 50,000 달러를 기부했다.
트윗 레이스는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서는 물론이고 TV, 신문 등 주류 미디어에서도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다. 트위터 팔로워가 7만 7,000명을 돌파했고 2만 1,000명의 적극 참여자들로 인한 트위터 임프레션이 5억 4,500만이었다. 페이스북 좋아요는 7만 2,000건, 동영상 시청 200만 회, PR 노출 횟수는 1억 4,300만이었다. 캠페인 전과 후에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34세 미만 사이트 방문자가 5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젊은 세대에게 메르세데스-벤츠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캠페인 목적도 달성됐다.
많은 사람들은 메르세데스 트윗 레이스를 소셜 미디어를 잘 활용한 크리에이티브한 마케팅 사례로만 기억하고 있지만, 실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잠재력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사 IT 인프라를 이용하지 않고 퍼블릭 클라우드, 구체적으로 아마존 웹서비스(AWS)를 활용했다. 전통적인 방식의 인프라스트럭처를 써야 했다면 필요했던 컴퓨팅 자원을 그렇게 짧은 기간 내에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 덕분에 프로젝트 초기부터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구현할 수 있었으며, 트윗으로 차를 운전하는 기술 역시 클라우드를 통해 가능했다. 메르세데스 트윗 레이스를 진행한 레이저피시의 두 리더가 『융합하라!』에서도 언급했듯이, “아마존의 서버를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운전자들에게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기기를 지급하는 비용보다 덜 들었다.”
-
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마케팅은 궁극적으로 ‘아트’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현실에서 이제는 마케터와 경영자도 테크놀로지를 공부하고 테크놀로지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업해야 한다는 이 책의 주장이 거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생소한 전문 용어들을 언급하며 실리콘 밸리의 소프트웨어 기업처럼 생각하고 혁신하라는 저자들의 주장을 읽고서 이 책을 덮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날 파괴적 혁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생존과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사실이다. 『융합하라!』에 소개된 세계적인 선진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데 하물며 창의와 혁신만이 살 길이라는 대한민국의 기업들에게는 어떠하랴. 이 책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조직과 개인들에게 믿음직한 셀파 역할을 하리라 확신한다.
P.S. 이 책에 등장하는 전문 용어들에 대한 설명을 옮긴이의 블로그(http://waltlee.wordpress.com)에 모아놓았다. 이 블로그를 방문하면 마케팅과 테크놀로지의 융합에 관한 최신 동향과 사례도 함께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