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액셀러레이터 기관 크립톤의 양경준대표께서 브런치에 컬럼을 하나 올렸는데, 내용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이 글에 덧붙어 저도 액셀러레이터 기관장으로서 간단히 국내 액셀러레이터의 미래에 대해서 소회를 간략히 밝혀봅니다.
우선, 코로나가 거치고 난 이후에는 아마 그 많은 액셀러레이터 기관도 옥석이 좀더 가려지지 않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코로나로 인해 사실상 정부기관-대기업-중견그룹사 등 스타트업 육성을 전담하는 주요 전담조직의 활동도 연기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과 Open Innovation Program 공동으로 운영하여 스타트업을 스카우팅하고, 육성하여 초기투자하는 저희도 코로나 때문에 조금씩 일정이 연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여파가 상반기 까지 지속된다면, 사실상 국내 액셀러레이터 기관 중 개점휴업에 들어가는 곳도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2019년에 이익잉여금을 충당해 놓고 2020년 상반기까지 버티거나, 펀드를 제법크게 조성하여 운영보수로 조직운영비를 감당해야 하는데, 200여개가 넘는 액셀러레이터 기관 중 이 정도 준비를 해놓고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액셀러레이터는 중기부에서 규정한 바에 따르면 '창업기획사', 벤처캐피탈은 '창투사(창업투자회사)'입니다(금감원 관리감독을 받는 신기술금융사 등은 제외). 즉, [ 기획 > 투자 ] 의 성장 사다리 모델을 고려하여 중기부는 2원화 해 운영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벤처캐피탈과 액셀러레이터 간 교류는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고, 액셀러레이터가 육성한 스타트업에 대해 크게 관심도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액셀러레이터와 창투사 간 간극을 결정하는 것이 자본금과 펀드 사이즈라고 한다면, 벤촉법 시행이 본격화 되는 7월 이후 부터는 사실 액셀러레이터도 100% 기업 LP를 Invite하여 벤처펀드 조성이 가능해져서 초기투자 영역에서는 Deal Scouting/Sourcing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기존 액셀러레이터 기관들이 벤처펀드를 결성하려면 자본금 증액, 운용인력 보강 등이 선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여서 ,그렇게 되면 기존 액셀러레이터들도 자연스럽게 2개로 쪼개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벤처펀드 결성이 가능한 액셀러레이터와 그렇지 않은 액셀러레이터.
전자는 초기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벤처캐피탈 펀드와 경쟁하면서 점점 더 전문화되어 Deal Scouting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고, 후자는 점점 더 정부 프로그램 운영대행 등 Sustaining을 위한 모드에 좀 더 집중하게 될 수 밖에 없을 듯 싶습니다.
작금의 코로나는 이를 가속화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듯 싶습니다.
어쨌든 벤촉법이 시행되면, 액셀러레이터 업계에 여러가지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액셀러레이터가 초기 VC 펀드와 다른,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는 자체 전문화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운영, 그리고 이를 통해 특정 Vertical 영역의 극초기 단계 스타트업 팀의 발굴(Deal Scouting) > 코칭 > 지표 검증 > Quick Speed의 보통주 투자로 연결되는 루프를 확보하고 있느냐 일 것입니다. 이게 다는 아니지만, 굉장히 중요한 차이점이죠.
양경준 대표 말대로, 프로그램 운영이 돈을 벌기 위한 용역대행쪽으로 흘러가면, 액셀러레이터의 본원적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딜 스카우팅의 Source로 활용되고, 코칭-지표 검증 역량을 액셀러레이터 멤버들이 가지고 있고, Quick Speed로 보통주 투자를 빠르게 할 수 있는 펀드를 보유하고 있다면 분명 기존 VC Fund가 할 수 없는 지점을 파고들 수 있습니다. VC Fund는 절대 이런 프로세스로 딜스카우팅을 하지 않죠.
EXIT Case(투자한 초기 스타트업팀의 구주회수)가 이 프로세스를 통해 확보되면 조금씩 펀드 사이즈도 커지고(LP의 관심도가 높아지기 때문), 기존 VC 펀드들도 액셀러레이터 기관을 파트너 사로 인정하고 해당 액셀러레이터 기관이 발굴한 딜(Deal)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확률이 큽니다.
Y컴비네이터는 실리콘밸리에서 이 프로세스를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구축한 액셀러레이터이기 때문에 모두의 존경대상이 되고 있죠.
하여간, 이 조그만 한국에 액셀러레이터 기관이 너무 많긴 합니다. 액셀러레이터도 결국 극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여 확보한 구주를 적정시점에 매각하여, 법인계좌로 구주매각대금이 회수되어야 그 자금으로 운영비를 보전하고, 좋은 인력도 채용하고, 멘토링-코칭 프로그램을 보다 단단하게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점점 더 딜스카우팅도 힘들고, 스타트업이 BEP(Break Even Point)를 넘겨 상당한 영업이익을 남기기도 힘든 저마진 시장이 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버티컬 섹터(Vertical Sector) 별로 나오지 않은 사업모델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포화상태입니다.
조만간 액셀러레이터도 점점 더 전문화-세분화되리라 봅니다. 그러나 액셀러레이터를 유망 사업으로 절대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액셀러레이터는 대기업이나 중견그룹이 빅 스폰서(Big Sponsor)로 참여하여 그들과 함께 신기술을 가진 기술기업(스타트업)을 스카우팅하고, 이를 하나의 "혁신 프로세스"로 삼아 전략적 씽크탱크(Think Tank)조직으로 삼거나, 또는 신기술/신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외부 조직(스타트업)을 빠르게 발굴하여, 대기업 내부자원과 연결시켜주는 전략적 사업파트너로 인지되어야만 안정적 운영, 역량있는 조직원의 채용, 효율적 관리가 가능한 사업모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차제 펀드조성을 통해 이렇게 발굴한 스타트업에 전략적 초기투자가 가능하여, 5-6년 안에 자금회수(Capital Gain)가 가능해서 Going Concern으로서 역량을 보유해야 합니다.
이런 역량을 액셀러레이터 기관이 내재화 하지 않는 한, 스타트업 업계에도 정부지원자금만 쫒아다니다가, 실제 자신들이 만들어야 제품/서비스가 무엇인지 헷갈리는 '좀비 스타트업'이 존재하듯이, 200여개가 넘는 액셀러레이어들 중 상당수도 정부 프로젝트, 멘토링, 교육 등 먹고살기 위해 존재하는 '좀비 액셀러레이터'로 남을 가능성이 커질겁니다. 물론 정부 프로젝트, 멘토링/교육 프로젝트를 액셀러레이터 기관이 수행하는 것이 나쁜 게 아닙니다. 스타트업과 만나고 연결되는 좋은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액셀러레이터가 그리는 미래는 아닙니다.
최소한 특정 분야에서는 양질의 초기 스타트업 발굴이 가능한 조직 역량 강화, 엔젤투자조합 결성을 통해 이들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투자와 코칭역량, 기관투자자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후속투자 유치 역량 등이 액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 성장을 '가속화(Accelerating)'시키데 필요한 본원적 경쟁력일 겁니다.
저희도 초심을 잃지 않고 액셀러레이터로서 역량을 구축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