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이 생각 저 생각) 4차 산업혁명, 다품종 대량생산의 시대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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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on works steel and machine parts modern factory indoor hall

4차 산업 혁명에 대해 실제로 어떤 것이 4차 산업 혁명의 방식으로 생산하는것인지에 대한 실제적인 예를 찾기는 쉽지않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 슈밥교수(Klaus Schwab)는 키워드로 인공지능, 자동화, 로봇생산, 딥러닝 말고도 바이오(생명공학), 사물인터넷, 3차원 인쇄, 나노, 무인 운송 등 영역이 넓어 어떤 형태로 4차 산업혁명이 완성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중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과 자동화된 로봇생산이라는 측면에서 제한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어렴풋이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생산을 그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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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품종 대량생산의 시대

이제까지 생산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었었다. 소품종 대량생산과 다품종 소량생산. 소품종 대량생산은 규격화에 의해 제품을 몇 개의 규격으로 나누고 규격에 맞는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개념이며, 다품종 소량생산은 이와 반대로 규격에 없는 제품을 소량으로 생산하는 이른바 맞춤 제작 시스템으로 이해하면 된다.

책상을 예로 들자면 기본적인 규격 책상의 길이는 120cm, 150cm, 180cm로 구성되어있으며, 이외의 책상길이는 업체에 따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것일 뿐 규격화된 제품이 아니다. 즉 표준적인 제품 크기에 따라 제품을 대량 생산함으로서 규격에 벗어난 제품을 대량생산체제에서 만들기는 쉽지 않다. 반면 order made라고 불리는 제품들은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 제품을 생산하지만 규격에 벗어난 제품을 별도로 제작하기에 대량생산 제품과 비교해 훨씬 다양한 제품 (다품종)이 만들어지지만 대량생산 제품에 비해 제조단가와 소매가가 비싼 단점이 있다.

다품종 대량생산은 기존의 대량생산과 달리 사용자가 원하는 스펙 (custome)의 제품을 대량생산 방식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시간과 가격은 대량생산과 같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디자인, 소재, 크기 등을 반영하여 대량생산한 제품의 가격으로 구입한다.

앞으로 이게 가능해지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의 제조방식이 도입되면 가능하다. 현재 아디다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신발공장인 ‘스마트 팩토리’는 AI 기반의 제조방식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디자인과 소재의 신발을 주문하면 3주안에 생산해서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화된 가변 생산

4차 산업혁명에서 제조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화된 가변 생산을 말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 수도 있을텐데, 책상 길이가 길어지고 짧아지는 것이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은 모두 다르게 생겼다. 오피스를 봐도 똑같은 형태의 사무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최초 평면도가 동일한 빌딩 위 아래층만해도 방의 구성이나 파티션의 구성에 따라 내부의 형태가 다르다. 예를 들어 책상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164cm 라면 최적의 책상배치는 공간과 동일한 크기의 책상이지만 현재는 180cm가 안들어가니 150cm나 120cm의 책상을 놓아야 한다. 그러면 14cm 혹은 44cm의 데드스페이스가 발생한다.

오피스를 4차 산업혁명의 생산 방식으로 구축한다고 한다면, 오피스 건물 평면도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에 의해 공간에 필요한 파티션이나 책상길이 등을 데드스페이스 없이 놓을 수 있도록 설계 되어 생산된다는 뜻이다. 단순히 사람 수에 따라 책상을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종류에 따라 필요한 기능이나 인력을 고려해야하는데,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일반사무직의 책상은 길이뿐 아니라 형태도 다를 수 있으며, 관리자나 사원등 직급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같은 10명이 들어가는 오피스라도 로펌과 콜센터의 배치가 같을 수 없다. 그런 것들은 모두 빅데이터에 기반한 딥러닝, 그리고 인공지능에 의해 결정된다.

일단 가구와 오피스를 예를 들었지만 이러한 생산 방식은 의류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사람마다 신체 치수는 전부 각각인데 맞춤 셔츠가 비싼이유는 이런 부분들을 전부 사람이 고려하여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모든 셔츠는 사용자의 신체칫수에 전부 맞도록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화하여 생산 할 수 있다.  회사마다 다른 44, 55, 66 사이즈, S. M, XL 사이즈가 아닌 자신의 칫수에 맞도록 다품종 대량생산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맞춤복의 가격이 아닌 일반 기성복의 가격으로 가능해 짐을 의미한다. 더 이상 기성복이 기성복이 아닌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으로 바뀌는 미래사회는?

4차 산업혁명이 단순한 기술 혁신으로서 AI와 자동 로봇생산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여 끌어올리는 것으로만 이해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를 통해 사회적인 구조와 나아가 정치적인 구조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현재의 경제, 정치 체제 –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는 18세기 산업혁명이후 이어져온 형태이며, 그 당시 생산 방식에 따라 운영되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 방식이 앞으로 바뀐다면 우리의 체제 역시 바뀔 당위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4차 산업 혁명 방식의 생산이 점차 늘어나 만일 90%의 산업 생산을 차지하게된다고 가정해 보자. 이제까지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의 90%는 더 이상 일자리가 없을것이다. 물론 생산 이외의 다른 일자리로 대체 흡수되겠지만 제품을 생산하는 일 자체는 더 이상 인간이 하는 일이 아니게 된다.

어떤 면에서 보면 노동에서 해방되고, 모든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무제한에 가까운 재화를 마음껏 누리는 장밋빛 유토피아가 구현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독점 대기업에 의해 우리가 SF영화에서 보던 암울한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다. 자본이 집중되고 부익부 빈익빈의 소득 격차가 커지며 대다수의 사람들은 극빈층에 속하는 미래 말이다.

이러한 우려들 때문에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기계에 세금을 붙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현재의 정치 - 경제 체계하에서는 풀수 없을 수도 있으며 새로운 타협을 통해 정치 - 경제 체계가 바뀔수도 있다. 국제 관계 역시 마찬가지인데 선진국에 생산이 집중되며, 후진국은 소비를 강제 당하는 구조가 강화될 것이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현재의 체제에서 변화해야할 요인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지만, 현재를 답습하며 미래를 거부한다고 현재가 유지되지는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된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