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진짜 이유는 JOB 때문
과거 오랜 기간 동안 고객이 물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디자인, 기능, 가격 등 제품 자체 매력 때문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전통적인 고객의 이해 방식에 대해서 1990년대 하버드 경영대학원(HBS)의 마케팅 전문가 테오르드 레빗(Theodore Levitt)교수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 하였다. 드릴을 사례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직경 0.6㎝의 드릴이 아니라 직경 0.6㎝의 구멍”이라는 주장을 했다. 테오르드 교수 주장에 의하면 고객들은 작업(task) 수행 및 목적(goal)을 달성하기 위해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의 구매동기를 이해하려면 JOB을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객 JOB에 대한 연구는 당시에는 혁신적인 접근으로 이후에도 연구가 지속되었다.고객 JOB 관점은 1980~90년대 전략컨설턴트인 토니 울위크(Tony Ulwick)가 상품기획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Jobs To Be Done의 개념을 적용하고 발전시켰으며, 2000년대 초반 세계적 경영 사상가인 하버드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가 그의 저서 ‘Innovator’s Dilemma’와 ‘Innovator’s Solution’을 통해 Job 과 Jobs To Be Done의 개념이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되었다. 고객의 JOB에 대한 정의를 앞선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필자가 이렇게 이론적인 배경까지 제시하면서 JOB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한가지이다.제품기반 사고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굴하는 데 있어서 Job-based Innovation 방법이 유효하기 때문이다.선행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고객의 JOB에 대한 개념은 테오르드 교수가 제시한 개념보다 그 이상의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JOB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한 2가지 접근 방식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 Product-based Solution이 지닌 한계점 : 냉장고 vs 김치 냉장고
가장 기본적으로 고객이 하고자 하는 JOB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일을 뜻한다. 이러한 관점은 주로 제품에서 출발한 문제 해결(Product-based Solution) 방식이다.앞선 드릴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드릴을 구입한 고객은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따라서 드릴보다 그 작업(구멍 뚫기)을 더 잘 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면 드릴 대신 그 제품을 구입할 것이다. 이러한 고객의 니즈에 착안해서 회사에서는 고성능 드릴,안전장치가 추가된 드릴 제품을 개발하고자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품의 종류만 많아질 뿐 새로운 수요창출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이러한 제품혁신 방법은 단지 소비자가 인지하는 문제점을 해결해준다는 관점에서 솔루션(solution)이지 JOB해결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해진 문제에 대한 답(solution)만 제공한 것이다.
실제 기업에 이러한 제품의 신기능 개선을 통한 시장 창출시도가 과거에는 대부분이었다. 1990년대 삼성과 LG전자의 세탁기 성능 출시전쟁은 소비자들이 굳이 원하지 않는 Over-specification제품만 양산할 뿐 실질적인 시장 확대는 기여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객 문제에 대한 솔루션위주 접근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보다는 제품을 선형적으로 개선하려는 오류에 빠진 것이다. 반면,길고 긴 냉장고 전쟁에서 새로운 혁신제품은 가전업계가 아닌 만도기계 위니아 김치 냉장고였던 것이다.김치 냉장고는 냉장고의 선형적인 제품 라인이 아닌 김치 보관의 문제점에 대한 고객의 JOB을 해결해 준 것이다.
LG, 삼성은 냉장고는 용량크기 경쟁을 벌이고 있을 당시, 위니아는 김치냉장고를 선보여 고객의 '김치보관'에 대한 JOB를 해결해 성공
●Job-based Outcome 달성 : 헬스케어 산업의 새로운 기회 창출
고객이 얻고자 하는 결과는 오히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은 이후에 발생하기 마련이다.따라서 JOB에 대한 해석을 고객이 해당 상품의 구입가격이 아닌 전체 JOB을 해결하는 데 들어가는 토털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Not the price of the good is important but the whole cost of purchasing). 예를 들어 자동으로 크기 조절 가능한 최신형 드릴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드릴을 이용해서 구멍을 벽에 뚫는 작업은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구멍 뚫는 작업 이후에 대한 고민은 여전이 남아 있을 수 있다.드릴로 인한 소음해결 문제,작업 이후 먼지 등 청소 문제 등은 드릴 자체와는 별개이지만 작업 전체과정에서 반드시 고객이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이 때 드릴을 사용 이후 소요되는 청소 시간의 단축과 소음 감소가 고객이 얻고자 하는 JOB이다. 토니 울위크(Tony Ulwick)는 이러한 형태 접근법을 Desired Outcome이라고 하였다. 고객 유형 분류 및 시장 기회 발견 시 Outcome-based 세분화를 통해서 고객이 인지 못한 기회를 찾아냄으로써 시장창출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 Outcome을 통한 신시장 창출 사례 : Philips의료영상사업 신시장 창출
필립스는 가전제품 회사로써 새로운 영역인 의료영상 시장에 진입하고 싶어하였다. 1990년대 의료기기 경쟁사들은 주로CT와 MRI 시장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결과 의료 영상 산업에서의 혁신은 주로 기술 대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보다 발전된 형태의 신제품을 끊임없이 출시하였다. 필립스는 다른 관점에서 사업의 기회를 찾고자 노력했다. 필립스 제조능력으로 기존 고성능 스펙 제품 경쟁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나, 2002년 이후에도 이런 방식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AEH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면서 필립스는 시장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찾고자 하였다.
필립스는 의료 영상의 실질적인 수요자인 환자입장의 문제점을 폭 넓게 이해하고자 하였다. 예를 들어 환자들의 갖는 검사장비의 공포심이었다. 그래서 영상 촬영에 대한 환자들 공포심을 줄여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제품기반의 고객 문제해결 접근이 아닌 Outcome 입장에서 고객의 JOB 을 해결하는 순간이다. 고객 JOB 해결 관점에서 필립스는 신제품이 아닌 AEH(Ambient Experience for Healthcare), 즉 환자의 거부감과 공포심을 줄일 수 있는 의료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서 입체적으로 고객을 관찰하였다. MRI같은 의료 영상 촬영을 할 때 원통장비 안에 들어간 환자들은 불안함에 몸을 움직이기 마련이다.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서 영상 촬영 영상의 질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병원은 불안을 느끼는 환자, 특히 어린이들에게 추가적으로 진정제를 주사하게 된다. 환자 및 병원입장에서 촬영 과정의 위험을 높이는 한편 추가비용이 드는 요인이 된 것이다.
필립스사의 AEH (Ambient Expereience for Healthcare, 출처 : 필립스)
AEH개념은 위의 그림처럼 LED 디스플레이와 애니메이션 영상,무선주파수식별(RFID) 센서, 음성 제어 시스템 등 기술을 활용해서 환자의 마음을 편안히 해줄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한다. 영상 촬영에 대한 공포를 줄이기 위해 검사 전 단계에서 어린이가 인형으로 직접 스캔을 해보는 체험을 해봄으로써 MRI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다.
또한, 인형이 스캐너에 들어가면 스크린에 인형의 스토리가 담긴 영상 촬영에 대한 교육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줌으로써 근본적인 두려움을 줄여줄 수 있다. 영상 촬영기사는 어린이 환자에게 "자, 이제 인형과 함께 바다 여행을 떠나볼까요?"라고 말해 인형 이야기에 아동 환자를 동참시킨다.
이 제품은 영상촬영 검사에 대한 아동 환자들 불안감을 감소시켰다. 그 결과 스캔 시간을 15~20% 단축할 수 있었고, 마취 아동도 30~50% 줄였으며,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례도 25~50% 감소되었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환자 경험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많은 경제적 혜택을 가져왔다. CT 촬영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15∼20% 단축되었고, 아동환자 마취비율도 30~50%까지 줄어들었다. 필립스 회사에게 AEH는 32억7000만 유로(46억3000만 달러)에 달하는 필립스의 의료 영상 사업을 강화시켰고 보다 높은 가격을 내세워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JOB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잘 설명하는 내용이 있어 공유하니 참조하기 바란다.
참고자료
1. Anthony W. Ulwick ‘What customer wants’ (2010)
2. Seeing What's Next: Using the Theories of Innovation to Predict Industry Change (공)저: Clayton
Christensen,Scott Anthony,Erik A. Roth (2014)
3. http://theoxis.tistory.com/34
4.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기술 통찰력, DBR 10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