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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하고 저항하는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고대하며...
최근 3개월 동안 스타트업을 준비중인 예비 창업가 혹은 이미 시작한 창업가 300여명을 대상으로 '스타트업 마케팅'강의를 하면서 그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스타트업은 필자가 생각하는 스타트업과는 성격이 좀 다른 것 같았다.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면, 그들은 너무 체제 순응적이다. 접근하는 자세도 너무 얌전하고, 비즈니스나 마케팅 아이디어도 기존 규칙을 너무 잘 따르려고 한다. 여기서 필자는 의문이 생긴다. 세상을 바꾸려는 창업가는 세상을 지키려는 기존 세력과는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스타트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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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뿌리는 저항문화다!
작년 초 미국 다큐멘터리 TV(PBS, 2013년 2월 19일)에서 실리콘 밸리의 선구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특집으로 다루었는데, 핵심 내용은 ‘스타트업은 저항의 문화’라는 것이다. 스티브잡스나 마크 주커버그가 그 유명한 기술 제국을 실리콘 밸리에 건설하기 수십 년 전에 로버트 노이스(Robert Noyce)를 리더로 하는 8명의 젊은 청년들이 페어차일드 세미컨덕터(Fairchild Semiconductor)라는 트랜지스터 기업을 창업한다. 그들은 보수적인 미국 동부 기업의 구속을 탈출한 소위 변절기술자 엘리트 집단이었다. 그들은 추방되다시피 캘리포니아로 넘어오는데, 그들의 목적은 점심때 마티니를 마실 수 있고, 마음대로 시가(Cigar)를 즐길 수 있고, 몸매가 드러나는 비서들을 볼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에 둘러싸인 그들만의 기업을 창업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20대 열혈 청년의 반항과 저항의 화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술, 담배, 여자가 세계 최초 스타트업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참 역사의 아이러니다.
어쨌든, 로버트 노이스 일행이 창업한 스타트업의 근본적 혁신은 향후 미국이 우주 개발과 PC 시장 혁명을 선도할 수 있도록 했고, 캘리포니아의 비옥한 골짜기를 기술 창의의 허브로 변환시켰고, 전세계의 일하고, 놀고, 소통하는 방법을 변화시켰다. 세계 최초의 진정한 스타트업인 페어차일드 세미컨덕터는 향후 많은 창업가들이 추종한 스타트업 모델과 스타트업 문화를 창출해냈다. 그들의 스타트업 모델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부당한 권력과 획일화된 가치를 거부하고 창조적 자유를 찾아서 떠나는 것으로 시작되었고, 그들이 창출한 스타트업 문화는 실리콘 밸리의 독특한 상징이 되었다. 계급과 위계가 아닌 개방과 평등의 문화, 안정과 순응이 아닌 도전과 반항의 문화, 정장과 보수가 아닌 진(Jean)과 혁신의 문화를 창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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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통념에 반대하라!
스타트업은 저항의 문화다. 스타트업 창업가 정신은 마음속으로 반체제 사상을 형성한다.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층의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하고, 일반 시민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기존 권력 시장은 뿌리부터 뒤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 스타트업 투자기업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한 임원에 의하면, 매년 수백 개의 다양한 종류의 스타트업 제안서들을 검토했는데 그것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통념에 대한 반항적 기질’ 이었다.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은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고정관념에 대한 저항 정신을 이렇게 강조한다. "당신이 하려는 것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X라고 믿지만, 진실은 X가 아니다‘라고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당신은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영원한 고수인 스티브 잡스는 보다 통렬하게 우리의 반항정신을 자극한다. "규칙에 갇히지 말라. 그것은 다른 사람의 생각의 결과대로 사는 것이다."
사회적 통념에 반대로 접근하여 성공한 스타트업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예로 청량음료(Soft Drink) 시장을 생각해보자. 청량음료에 대한 사회적 통념은 우선 값이 비싸지 않아야 하고, 맛이 있어야 하고, 마시기 위한 갈망(콜라나 갈증해소 음료 등의 광고를 생각하면 됨)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통념을 정 반대로 접근해 보자. 즉, 좀 비싸고, 맛이 없고, 에너지 다운상태에서 업을 위해 마시는 음료, 그게 바로 지금 빅히트를 치고 있는 레드불(Red Bull)이다. 청량음료에 대한 기존 규칙은 기존 업체들이 그들끼리 먹고 살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일종의 보호막이었던 것이다.
또한, 지난 수년간 기존 안경 비즈니스를 뿌리째 흔들고 있는 안경 스타트업인 와비 파커의 마케팅 사례는 반항정신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발전된 좋은 예다. 와비 파커는 안경 모델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물음표를 던진다. 그리고 개를 위한 안경판매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개를 안경 모델로 활용하여 많은 애완견 소유자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제공한다.
와비 바커 닷컴(WarbyBarker.com)이라는 재미 있는 사이트가 바로 그것인데, 이 사이트는 개를 위하여 안경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같이 만들어놓았지만 사실은 고객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가상의 개그 사이트다. 고객들은 재미 삼아 와비 바커 사이트에 들어와 대화에 참여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웃고 즐기는 사이에 실제 제품인 와비 파커를 위한 콘텐츠 마케팅에 자연적으로 노출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가상의 사이트가 와비 파커의 실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이다. 만우절 날에 개를 위한 가짜 안경 사이트인 와비 바커를 오픈 했더니 4월 초 사이트 방문자 수가 사람을 위한 진짜 안경 사이트인 와비 파커 보다 2.5배나 많았고, 곧이어 와비 파커에 주문이 폭주하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한다. 재미 있는 개그 사이트가 또 하나의 새로운 구전 동기가 된 것이다.
창업가 메뉴얼로 유명한 스탠포드 대학의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 교수에 의하면, 기존 기업의 혁신이 어려운 것은 기존 기업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능률을 높여 운영하여 기존 고객을 만족시키는데 주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기업의 핵심 매니저들은 기업의 핵심 역량을 잘 이해하고 기업의 전략을 잘 따르는 ‘Rule Follower' 로 구성될 수뿐이 없다. 하지만, 혁신은 주로 표준 에 짜증을 내고, 규칙을 따르는 것을 싫어하고, 지속적으로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실패에 대한 강한 내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기업의 혁신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스타트업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사회적 통념에 대한 반항적 기질을 갖고 기존 규칙을 깸으로써 스타트업은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다. 기존 규칙에 물음표를 붙이는 도전과 과정 속에서 기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파괴적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이를 신속히 실행함으로써 스타트업에게 유리한 새로운 싸움판이 창출되는 것이다. 사회적 통념이나 상식은 기존 업체들이 그들만의 세상을 위하여 그들 스스로가 만든 그들만의 규칙이다. 그러한 기존권력에 반대함으로써 스타트업에게 새로운 시장 창출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새해에는 반골정신으로 무장한 우리의 새로운 스타트업 영웅들이 끊임없이 시장을 뒤흔드는 모습을 목격하고 싶다. 세상을 바꾸는 아니 최소한 바꾸려고 난리라도 치는 새로운 영웅들을 만나서 그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다.
반항하고 저항하고 통념과 싸우는 영웅이 그립다!
(*Notice : Main Page에 사용된 사진은 Wikipedia의 공개이미지를 사용한 것임을 밝힙니다. http://en.wikipedia.org/wiki/Fairchild_Semiconduct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