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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는 무엇인가?
오랫만에 Brainpickings라는 블로그에서 아래와 같은 제목의 짧은 글을 접하게 되었다.
Memory Is Not a Recording Device: How Technology Shaped Our Metaphors for Remembering
메모리,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 'Memory'라는 용어를 기술용어로 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뇌를 휴먼 메모리(Human Memory)라고 한다면, 인류의 탄생 이래로 인간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희노애락의 가장 극적인 순간들을 이 휴먼 메모리의 장기 기억장치에 저장해 놓고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Technology의 진보와 진화, 발전은 인간의 휴먼 메모리의 단기-장기 기억장치안에 들어가 있던 희노애락의 순간, 단서들을 어느세인가 기계적 메모리로 대체(Transfer)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SKT가 하이닉스라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를 인수한 것도 어찌보면, 휴대폰 안에 들어가는 각종 메모리 기기들이 인간의 휴먼 메모리를 대체하는 기계적 메모리들이고, 단말 제조사가 더 이상 콘트롤 되지 않는 작금의 시장구조에서는 오히려 인간의 희노애락의 모멘트(Moment)와 맞닿아 있는 기계적 메모리의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Memory'는 웬지 Memory 반도체와 더 가까운 것 같고, DRAM과 NAND Flash Memory가 생각나고, NAND가 들어간 SSD(Solid State Drive, HDD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차세대 Storage 제품)가 생각난다.
그러나 Memory는 brainpickings article처럼 Recording Device가 아니다. 이 Article과는 다르지만, 예전에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교수분들과 Co-work을 하면서 Smart Device가 가장 Intelligent한 단계까지 가려면, 사용자 관점에서 어느 정도 레벨로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이 모델의 핵심 중 하나가 'Memory'에 대한 고찰이었는데, 이 때 Memory는 기술적 관점이 아닌, 인간의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에 대한 컨셉/개념 규정과, 이를 기술이 어떤 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인가 였다.
인간의 두뇌를 원천적이면서 태초의 Memory라고 볼 때, 뇌라는 Human Memory는 장기기억 장치와 단기 기억 장치를 가지고 있다. 물리적인 저장매체, Storage라는 것(이것이 기술적 관점에서 Memory 반도체를 활용하는 Storage Solution이다)이 나오기 전 까지 인간은 두뇌라는 Memory에 장기 기억해야 할 것과 단기 기억하고 잊어버리는 것의 실체가 구분되어 있었다. 장기 기억 장치에는 주로 내가 평생 동안 살면서 잊어버리면 안될 것들, 즉 추억의 부스러기들과 단서들(가족-친지-연인-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중요하고 소중하 추억의 단서(Clue)들)은 두뇌의 장기 기억 장치에 저장하고 안잊어버린다. 반면 추석의 단서들 반대편에 있는 것들은 단기 기억 장치에서 저장하고 있다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즉, 인간의 두뇌라는 Memory도 휘발성 DRAM처럼 꺼지면 사라지는 단기 기억과 비휘발성 NAND Flash Memory 처럼 평생 동안 저장되는 장기 기억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Device가 Smart 해진다는 개념, 보다 Intelligent해진다는 개념은 인간의 이러한 장기 기억과 단기 기억의 단서와 부스러기들을 어떻게 단말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인가와 관련이 있다. 또한 그러한 단말과 연결되어 있는 지능적인 서비스의 제공과도 연결되어 있다.
인스타그램에 왜 소비자들은 환호를 하고 사용하는 것일까? 사진(Photo)은 인간의 두뇌에서 장기 기억화 하고 싶은 가장 강력한 추억의 단서(Clue)를 보관하는 Media(매체)이다. 다른 의미에서 보면, 사진(Photo)은 Media로 남겨진 결과물(Result) 보다는, 그 결과물이 나오기 전 까지의 콘텍스트(Context)를 소비자는 두뇌의 장기 기억 저장소에 보관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우리는 장기 기억해야 할 것 보다는 단기 기억해야 할 것들에 더욱 더 많이 의존적이게 된다. 업무적으로 만나는 사람들, 사건들, 이슈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래서 우리 두뇌의 장기 기억 저장소에 더욱 더 많은 단기 기억해야 할 것들이 넘쳐나게 되고, 기술은 이것을 아에 NAND Flash Memory에 Media화 해서 저장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것이며, 더욱 더 얇은 크기로 저렴한 가격에 많은 저장용량을 제안하는 업체에 사용자는 좀 더 관심의 눈길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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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 Device와 Memory
'Device'가 'Smart' 해진다는 의미는 인간의 이러한 장기 기억에서 저장하려고 하는 추억의 단서와 부스러기들을 기술적으로 보다 세련되게, 잘 지원할 때 Smart 하다고 부를 수 있는 것이며, 최근 Cloud 기반의 SaaS는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넘쳐나는 장기 기억과 단기 기억에 대한 부스러기들을 잘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Support해 주는 Service라고도 할 수 있다. 소비자는 따라서 이러한 Memory 관점에서 가장 선도적이면서 지능적으로 제공해주는 제조사 /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에 환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SaaS 기반의 cloud 서비스의 상당 수가 사진 / 음악 / 동영상에 집중 하고 있는 것도, 어찌보면 원초적인 인간의 Memory인 두뇌가 장기 기억 / 단기 기억화 하려고 하는 추억과 감성의 단서들을 보관하려는 심리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Smart Device에서 Smart의 의미를 기술적으로만 해석하려고 하면 안된다. Device도 결국 사람이 쓰는 것이고, 인간은 태어나면서 부터 수많은 추억의 단서들을 만들어 내면서 삶을 살아 간다. 좋은 추억, 기억하고 싶은 추억은 두뇌가 장기 기억화 하려고 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단기 기억화 하려고 한다. 작금의 Memory 반도체 기술이라는 것도 휘발성 DRAM과 비휘발성 NAND로 이원화 되어 움직이는 것을 보면, 바로 이러한 인간의 Memory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최근 NAND 시장이 DRAM 시장을 앞지르고 있다. 점점 더 소비자들은 장기 기억화 하려는 추억의 덩어리와 부스러기들이 많아 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Smart Device에 대한 전략은 기술적인 흐름만 쫒아가서는 별로 건질 게 없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단말이 Smart 해진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가? 인간에 대한 끊음없는 탐구와 탐색이 그래서 더욱 더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