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모델의 ‘내러티브(Narrative)’는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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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rrative'가 있는 사업모델이란 무엇일까? 

내러티브(Narrative)는 ‘말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narrare" 에서 유래한 단어로 스토리텔링과 유사한 의미를 가진다. 실화나 허구의 사건들을 묘사하는 것, 그 자체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조직하고 전개하기 위해 이용되는 각종 전략이나 형식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네이버 지식백과 사전 인용).

영화의 경우,  할리우드에서는 오랜 실험을 통해 관객들이 가장 안정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내러티브 양식을 확립했는데, 이것이 바로 고전적 할리우드 내러티브 양식이다. 고전적 할리우드 내러티브 양식은 일관성 있고 성격화된 캐릭터가 등장하며 이야기가 단계에 따라 점진적으로 상승해 완결된 결말을 이룬다(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인용)

주로 영화에서 사용되는 '내러티브'는 영화의 중심 줄거리, 즉 이야기를 조직하는 방법과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통상 "저 영화는 내러티브가 끝내줘"라고 할 때의 내러티브는 관객이 몰입하여 영화가 상영되는 시간 내내 몰입할 정도로 이야기의 힘, 스토리텔링의 힘이 느껴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내러티브가 잘 짜맞춰진 영화일 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 국내에서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들은 모두 이 '내러티브'가 아주 잘 조직화되어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라는 뜻이다.

듀크대의 오완 플라나간(Own Flanagan)교수는 내러티브의 핵심인 이야기는 사실 인간본성(Human Nature)과 관련이 깊은데, 그것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러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오완 교수에 따르면, 이야기(Story)란 중요한 문화의 한 부분이며, 모든 예술/문학 작품들이 사실 이야기에 관한 것이며, 인류애의 대부분은 사실상 이야기와 관련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Stories are an important aspect of culture. Many works of art and most works of literature tell stories;
indeed, most of the humanities involve stories."

즉, 한마디로 내러티브는 인간본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작품(그것이 영화던, 문학/예술 작품이던)의 내러티브가 인간 본성을 얼마나 잘 투영하는 지, 그럼으로써 얼마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사업모델(Business Model)의 영역에서도 내러티브가 있는 모델과 그렇지 않은 모델이 있을 수 있을까?  대답은 "있다" 이다.

  • Why Business Models Matter?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Institute for Strategy and Competitiveness'의 Senior Associate로 있는 조앤 마그레타(Joan Magretta) 박사가 2002년 HBR에 실은 'Why Business Models Matter'라는 아티클(Article)을 보면 사업모델에 있어 내러티브(Narrative)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마그레타는 사업모델에 대해 하기와 같이 정의한다(영문 원본과 한글 번역본 참조).

whybusinessmodelmatters

 'Creating a business model is a lot like writing a new story. At some level, all new stories are variations on old ones, reworkings of the universal themes underlying all human experience. Similarly, all new business models are variations on the generic value chain underlying all businesses. Broadly speaking, this chain has two parts. Part one includes all the activities associated with making something : designing it, purchasing raw materials, manufacturing, and so on. Part two includes all the activities associated with selling something : finding and reaching customers, transacting a sale, distributing the product or delivering the service. A new business model's plot may turn on designing a new product for an unmet need as it did with the traveler's check. Or it may turn on a process innovation, a better way of making or selling or distributing an already proven products or service. 

'사업모델을 창조하는 것은 마치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것과 유사하다. 어떤 측면에서 모든 새로운 이야기라는 것은 사실 옛 이야기에 대한 변주곡이며, 모든 인간 경험의 밑바닥(기저)에 깔려있는 보편적 주제에 대하여 재작업을 하는 것이다. 유사하게도, 모든 새로운 사업모델은  기존의 모든 사업기저에 깔려있는 보편적 가치사슬에 대한 변주곡이다. 일반적으로, 이 사슬은 두 부분으로 이원화된다 : 첫번째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과 관련된 모든 활동(설계하고 원재료를 구매하고 생산하는 모든 활동 등)을 포함한다. 두번째는 무엇인가를 판매하는 것과 관련된 모든 활동(고객을 찾아 거래하고 제품을 전달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여행자 수표'가 등장했을 때 처럼, 새로운 사업모델의  플롯(전개방식)은 고객의 충족되지 못한 니즈를 찾아 신제품을 설계하는 것과 같다. 또는 프로세스 혁신 및 이미 증명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판매하거나 유통시키는 데 있어, 그 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과 같다. '

그렇다. 마그레타의 지적처럼, 사업모델 또한 하나의 이야기, 소설을 쓰는 것과 유사하다. 독자가 흥미진진하고,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한 이야기와 소설에 매료되듯(인간 본성을 건드리는 Something New), 사업모델이 기존의 사업 기저에 깔려있는 보편적 가치사슬에서 고객이 느끼는 아주 큰 불편함 또는 충족되지 않는 니즈를 살짝 건드려줄 때, 그 사업모델에 대한 매력도는 높아질 것이다. 마그레타는 이 매력도를 올리는 사업모델의 내러티브로, 고객의 총족되지 않은 니즈를 확실히 찾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던지, 아니면 이미 증명된 제품/서비스인 경우, 판매/유통을 하는 데 있어 확연한 개선점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 사업모델, 2가지 테스트를 통과해야 성공에 근접

마그레타의 아티클이 재밌는 것은 사업모델을 소설에 비유하면서 새로운 소설 한편을 쓰는 것과 유사한 것이 사업모델인데, 이야기에서 내러티브가 중요하듯, 사업모델도 내러티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점이다. 마그레타에 따르면, 성공하는 사업모델은 2가지의 크리티컬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잠깐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The Narrative Test : 당신의 사업모델을 설명하는 논리적인 이야기 구조
-고객은 누구인가?
-왜 고객은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가?
-고객에게 전달 가능한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해당 핵심 가치를 가지고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위의 중요한 질문들에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돼, 유념해야 할 것은 기존 사업모델의 보편적 가치사슬 내의 한 두개 링크(Link)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이야기의 플롯(전개방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야기의 플롯을 선택할 때는 일반적으로 다음 2가지 중 하나를 고려해 본다.

-Making Something that satisfies an unmet need :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 것
-Selling something in innovative ways : 기존의 방법과는 전혀 다른 혁신적인 방법으로 무엇인가를 팔 것

여러분의 제품/서비스는 과연 어느 유형에 속할 수 있는 지 가설을 먼저 세워보고, 그에 따라 사업모델의 내러티브를 논리적으로 구조화해 보기를 바란다.

2) The Numbers Test : 당신의 사업모델이 가진 내러티브가 어느 정도의 시장성을 담보하는 지 추정
-사업모델의 내러티브가 성공적일 때, 창출 가능한 시장규모는?
-추정된 P&L(Profit & Loss)은?

실리콘밸리의 가장 유명한 벤처캐피탈 중 하나인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창업자인 마크 안드레센은 기업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로 다음을 들었다.

'Number 1 Company Killer is lack of Market'

이 이야기는 다시 재해석하면 기업의 내러티브가 아무리 휼륭해도 결국 시장이 없으면 망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창업자가 실수하는 것 중 하나는 사업모델의 이야기 구조에 너무 심취하여, 시장과 P&L을 놓치는 경우이다. 창업자가 보기에 언제나 그들의 사업모델은 엄청난 잠재시장이 있는 것 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객관적으로 Number Test를 통과해야 비로서 사업모델이 파워풀해 질 수 있다.

  • 마치며..

필자는 최근 2년 간 많은 스타트업 팀, 예비창업자를 만나면서 조앤 마그레타의 'Why Business Models Matter' 아티클에서 지적한 것 처럼, 사업모델에서 내러티브와 넘버 테스트가 얼마나 기본적이면서 또한 역설적이게도 가장 간과되고 있는 지 새삼 느끼고 있다.

모든 스타트업팀이 창조한 사업모델은  오완 플라나간(Own Flanagan)교수의 말 처럼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에는 인간 본성을 일깨우는 감동이 저마다 내재되어 있다. 이야기가 추구하는 인간 본성을 일깨우는 감동이란, 마그레타 박사의 언어로 해석하면 '기존 사업 기저에 깔린 보편적 가치사슬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업모델이 가진 전개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이야기의 전개방식, 내러티브를 가진 사업모델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한 그러한 내러티브가 논리적으로 구조화가 되어 있다고 해도, Number Test에서 막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사업모델을 구체화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쌈박한 사업 아이디어나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것과, 그것이 '사업모델로 구체화'된다는 것은 전혀 같은 의미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스타트업들이 쌈박한 사업 아이디어와 아이템에 천착하여 사업모델을 제대로 구체화 하는 데 실패한다.

사업모델을 구체화 해 나간다는 것은 사업모델의 내러티브를 구조화한다는 의미이다. 사실 미국에서 부상하여 한국에 널리 전파된 바 있는 알렉산더 오스터왈드의 비즈니스 모델 캔바스(Business Model Canvas)나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에 감동받아 비즈니스 모델 캔바스를 변형하여 스타트업에 최적화한 에쉬 모라이의 린 캔바스(Lean Canvas) 모델 등의 프레임워크들도 모두 사업모델의 내러티브를 구조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필자도 로아컨설팅의 여러 컨설턴트들과 협업하고, 스타트업 기업들과 Collaboration하여 비즈니스 모델 게임(Business Model Game)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지난 1년 동안 수백개의 예비창업자/스타트업 팀들과 사업모델의 내러티브를 같이 구조화하면서 스스로 깨닫고 배운 점들이 많았다.

여러분이 지금 스타트업 또는 창업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2가지는 기억하기를 바란다. 'Narrative & Number Test'!

  • 한가지 Tip. 

-초기 창업자들이 Narrative Test에 통과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존 Business Model Game에서 추구하는 9단계의 Stage를 Narrative Test에 맞게 Flow Chart 형태로 변형하여 제작해 보았다.
-하기 Slideshare에 공유한 문서를 다운로드 받아 A3 Color로 출력한 후, 창업팀들이 모여 현재 사업모델에서 빠져있는 점을 체크하고, 연결하여 Narrative를 좀 더 논리적으로 구조화 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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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벤션랩의 CEO, 경영학박사(MIS트랙-플랫폼 전략). 97년~2004년까지 소프트뱅크코리아의 미디어 계열사인 소프트뱅크미디어를 거쳐 2005년 IT기술전략 컨설팅기관인 로아컨설팅 창업, 이후 2017년 2월 더인벤션랩을 새롭게 설립하면서 이후 본격적으로 액셀러레이터 기관장, 초기 시드투자자로 활동 중이다. 더인벤션랩은 지난 8년 간 180개 이상의 플랫폼 및 컨슈머 테크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초기 시드투자를 집행하였다(중기부 TIPS운영사 및 서울형 TIPS운영사). 김진영 대표는 집닥(구주회수완료), 펫닥( 구주회수완료, 시리즈 C), 얌테이블(시리즈 B),홈마스터(중부도시가스 매각완료), 자란다(구주회수완료, 시리즈 B), 보이스루(구주회수완료, 시리즈 B), 지구인컴퍼니(구주일부회수완료, 시리즈 B), 스토어카메라(시리즈A), 오케이쎄(시리즈 A2), 고투조이(시리즈 A2), 고미(시리즈B) 등 성공적으로 성장하는 많은 플랫폼 스타트업팀을 초기에 발굴하여 초기투자를 주도하였다. 특히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진출하는 다양한 버티컬 플랫폼 분야의 한국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선제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과는 공동으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런칭(KB국민카드 Future 9, 신용보증기금 Startup NEST, 웰컴금융그룹 Welcome On-Demand, 현대모비스 M.Start 등), 삼성증권(스타트업 랠리업)을 포함하여 보령제약, 대원, 우미건설 및 국보디자인 등)하여 Corporate Accelerating 및 Open Innovation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국내 액셀러레이터 기관으로는 드물게 코스닥 상장사인 대원-국보디자인 및 우미건설-보령제약 등과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하여 전략적 시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며, 대기업/중견그룹 사내벤처/애자일 조직의 Business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