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지금 미국은 스타트업 열풍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트업의 본거지인 실리콘밸리에는 이미 2천개가 넘는 업체들이 입주해 미래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멘토로 유명한 비벡 와드화 교수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스타트업이 미국을 구할 것이다!(Startup will save America!)"를 주창하며 이민법 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 스타트업 붐을 조성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0년부터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 3년간 총 464개 아이디어를 공모하여 54개 프로젝트를 개발 및 지원하는 등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요즘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 에 발맞춰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열풍은 이제 본격적으로 일어날 기세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도대체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이란 용어가 처음 세계에 알려진 때는 90년대 말 수많은 ’닷컴 회사‘가 생겼다가 사라지던 ’소위 ‘닷컴 버블’시기였다. 이후, 미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면서 스타트업은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을 받게 되었고, 새로운 의미를 더해갔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조차 최근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스타트업은 어떤 기업인지에 대한 명쾌한 정의를 내리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스타트업 열풍 조짐이 보이는 이 시점에도 어떤 기업이 진정한 스타트업인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스타트업을 판단해야 하는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 심지어, 정부가 스타트업을 개발, 지원 및 육성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기업을 스타트업으로 간주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Startup)이란 영어 단어 때문에 단순히 신생기업이나 소규모 기업쯤으로 알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구성된 일종의 벤처(Venture) 조직 같은 것으로 알고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런 정의는 진정한 스타트업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본 칼럼을 통하여 진정한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공론화 해보려고 한다. 진정한 스타트업의 3가지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스타트업을 꿈꾸는 많은 국내의 예비 창업자들이 자신의 비전 및 목표, 그리고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번째. 초고속 성장을 지향하라!
진정한 스타트업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스타트업은 초고속 성장을 지향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성장(Startup = Growth)' 이라고 처음 정의한 사람은 스타트업 양성가로 유명한 폴 그라함(Paul Graham)이다. 폴 그라함은 성장만이 스타트업을 다른 기업과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라고 작년 9월 한 칼럼에서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스타트업은 태생부터 다르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 뿐 아니라,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언제든 서비스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만이 고속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이발소를 창업하는 경우는 모든 사람들이 머리 깎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첫 번째 조건을 충족시키지만, 업의 특성과 지역의 한계로 모든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될 수 없다. 반면 구글은 태생부터 고속 성장을 목표로 탄생된 스타트업이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폴 그라함의 정의에는 구체적인 성장 목표치가 없다. 과연 얼마나 빠른 성장을 목표로 해야 진정한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옥스퍼드 대 출신이며, 그랜트리(GrandTree) 공동 창업자인 다니엘 테너(Daniel Tenner)의 정의를 인용하고자 한다.
”스타트업은 향후 5년 이내에 10배 이상을 성장하기 위한 야망과 목표를 가진 기업이다.”
-Daniel Tenner-
여기서, 5년 이내와 10배 이상이라는 수치는 그동안 진정한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를 관찰한 결과 도출된 것이고, 중요한 것은 초고속 성장에 대한 야망과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야망과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시장 선택과 사업 전략, 그리고 기업문화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종로에 호프집을 창업하면, 지역적 한계로 초고속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태생부터 스타트업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종로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영어 콘텐츠 기업을 창업하며 초고속 성장을 위한 야망과 목표를 지향하면, 스타트업으로 정의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두번째.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라!
진정한 스타트업이 되기 위해서는 둘째, 파괴적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하버드 대학의 크리스 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에 의해 소개되었는데, 한마디로, 기존 시장의 선도 기업들이 예측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개선된 상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혁신을 말한다. 즉,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고객 가치 체계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하여, 궁극적으로 기존 시장과 기존 고객 가치 체계를 파괴시키고, 새로운 선도 기업으로 등극하고자 하는 혁신이다. 기존 시장을 뚫고 들어가서 새로운 자리를 차지해야만 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는 기업의 운명을 걸고 파괴적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대부분의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들은 초기 시장진입을 위하여 시장 선도 기업들의 기존 상품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하지만 ‘그런대로 쓸 만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리고 나서, 근본 기술과 잘 실행된 비즈니스 전략의 빠른 성숙을 통하여 이러한 스타트업들은 주류 시장 내에서 파괴력을 발휘할 정도로 진화한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는 기존의 초기 스마트 폰보다 열등했었고, 페이스북은 기존 형태의 소셜 커뮤니케이션보다 열등했었고, 아이패드는 기존 노트북보다 열등했었다. 파괴적 혁신은 스타트업 창업자가 주로 단순함과 편리함과 가격경쟁력에 중점을 둔 솔루션을 시장에 내놓으면 일어나는데, 완전히 새로운 기술의 혁신이라기보다는 대부분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변형에 의한 것들이다.
어쨌든, 무엇보다도 스타트업은 현 시장 선도자들에 의해 제공되는 기존 솔루션을 신속히 성숙시키고 추월할 잠재력이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스타트업은 자신만의 독특한 기술 우위 점을 공격적으로 개발 가능하게 하는 파괴적 비즈니스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이스라엘의 최대 벤처캐피털 인 마그마의 회장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힘은 파괴적 혁신이다”를 강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파괴적 혁신을 하는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 뿐이라는 의견을 밝힌바 있다. 어쨌든, 진정한 스타트업은 설령 실패하더라도 파괴적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파괴적 혁신에 대한 투자는 확실한 성공을 위한 학습 기회이기도 하다. 실패하면 즉시 방향을 전환하면 된다.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지 않으면 실패할 위험은 없지만 성공할 희망도 없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국가가 된 것은 근본적으로 파괴적 혁신에 기인한다.
스타트업은 인식이나 개념을 완전히 바꾸며 앞의 기술을 무시하고
한 단계 새롭게 진화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최대 벤처캐피털 Magma) 회장 Yahal Zilka-
세번째. 강력한 스타트업 문화를 구축하라!
진정한 스타트업을 위한 마지막 조건은 ‘강력한 스타트업 문화 구축’ 이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강력한 문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신발 쇼핑몰인 자포스의 젊은 CEO 토니셰어는 자신의 문화와 맞지 않는 사람은 고용하지 않고, 고용한 후에도 자신의 문화와 어긋나는 행동을 보이면 즉시 해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애플은 스티브잡스 생존 시 스티브잡스를 신봉하고 애플에 열광하는 문화로 혁신을 이끌었다. 구글은 스타트업의 열정과 영혼, 스피드를 가진 기업문화를 창출하기 위하여 파격적인 복리후생제도 제공 등을 통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만들었다. 스타트업의 최대 자산은 사람이다. 일하는 풍토와 분위기가 긍정적이면 직원들의 잠재능력이 커지고, 역량도 최대로 발휘된다.
강력한 스타트업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전 직원 모두가 의사결정권자가 될 수 있어야한다. 회사의 실 주주이건 아니건, 모든 직원은 오너의 시각으로 중요한 결정에 언제든 의견을 피력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 책임과 공동 권한의식은 강력한 스타트업 문화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아직도 스타트업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거대 기업 구글 직원들은 지금도 이메일로 또는 식당 대화를 통하여 아니면,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주간 회의에서 레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 같은 경영진에게 다양한 회사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직접 질문하고, 회사의 결정에 조언하고 있다.
또한, 강력한 스타트업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권위와 위계질서가 배제된 상황에서의 수평적 열린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직원 간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 공유 가치가 형성되고, 창조력을 높이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스타트업 구성원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이끌어내느냐에 달려있다. 모든 직원은 평등하다는 생각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면 스스로 참여하고 헌신하게 된다. 자유롭고 활발하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수평적 소통을 통해서만이 강력한 스타트업문화가 창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력한 스타트업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즐거운 직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즐거움은 스타트업 문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진정한 스타트업 직원들은 서로를 단순한 동료가 아닌 친구나 가족으로 생각한다. 사내 스포츠 팀에서 함께 운동하고, 해피 아워(주로 주말 오후 퇴근 후 간단히 한잔 하는 시간)를 함께 보내고, 동료를 위한 다양한 파티를 열어준다. 동료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고, 함께 즐기고, 다양한 많은 방법으로 서로의 성공을 축하해준다. 구글, 페이스북, 징가 등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기업들은 지금도 직원 복리 후생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직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낡은 규칙은 임의로 깨뜨릴 수 있으며,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자기 집처럼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IDEO CEO 톰켈리-
필자는 진정한 스타트업의 3가지 조건으로 초고속 성장 지향, 파괴적 혁신 추구, 그리고 강력한 문화 구축을 내세웠다. 진정한 스타트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주식 시장에 새로 상장된 기업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기존 시장에 파괴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진정한 스타트업을 식별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창조경제를 이끄는 스타트업 코리아(Startup Korea)의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칼럼이 우리나라의 진정한 스타트업을 정의하고 공론화하는데 조그만 불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가 과연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NO 3. 스타트업 국가가 될 수 있을까? 물론이다!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는다.
스타트업 코리아(Startup Korea)를 위하여!
잘 읽었습니다.스타트업의 활성화가 하루아침에 쉽게 이루어지는 건 아닐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이 경제의 주축으로 활성화되는데 필요한 경제적 사회적 여건이 잘 조성되고 있는지요? 어떤 여건들이 중요한 것인가요? 예를 들어, 스타트업을 주도할 인력들은 국가나 기업, 대학, 연구소 등에서 충분이 육성되어 왔는지…
좋은 코멘트 감사합니다. 미국과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지난 수년간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 지원 및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왔습니다. 지방정부는 적극적인 산학협동을 통하여 창업을 원하는 대학생 및 졸업생들에게 다양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인력을 육성해왔습니다. 중앙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하여 인터넷 분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사업화, 투자유치, 글로벌 진출까지 지원하는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를 추진해왔습니다. 언론도 전자신문을 필두로 4대 일간지 및 공중파, 종편, 케이블 TV까지 나서서 우리나라 스타트업 기반을 위한 경제적 및 사회적 여건 조성에 애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지금 미국의 스타트업 붐을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Startup Accelerator:일종의 스타트업 양성소)를 지향하는 다수의 국내 컨설팅업체, 교육회사, 스타트업 포털 등이 지난 수년간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및 마케팅 전략 등 실무 관련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해왔고, 벤처캐피탈과 연계하여 투자유치를 지원해왔습니다. 로아컨설팅의 ‘넥스트 박스’도 그중의 하나이고요.
더욱이, 최근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첫 마스터플랜으로 벤처·창업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놨는데, 이는 국내에 스타트업 붐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것입니다. 아무튼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스타트업 코리아(Startup Korea)의 시대는 곧 도래 할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많은 관심 갖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유익한 정보 잘 배웠습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많은 자료들이 없는데 앞으로 유익한 글 계속 부탁드립니다.
Start up에 대한 명쾌한 정의 잘 보았습니다. 성장, 혁신, 문화 의 3가지 관점에 대하여 충분히 공감하는 바입니다. 다음 글이 기다려지네요.
두분 좋은 댓글 고맙습니다. 저는 우선 미국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스타트업 관련 자료를 선별하여, 직관적 해석을 통하여 대한민국 화하는 작업을 하려고합니다.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그러고보니 페이스북 이전 마이스페이스가 있었고 구글 전엔 라이코스 등 다양한 엔진이 있었군요 처음 진입 그리고 진화 disruptive innovation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지 않으면, 실패할 위험은 없다. 하지만 성공할 희망도 없다.”는 말이 가장 와닿습니다.
고맙습니다. 스타트업에게 혁신과 도전은 숙명인것 같습니다.
이 글ㅇ ㅣ2013 년 글이라는게 놀랍네요!
스타트업을 꿈 꾸는 청년으로서 좋은 정보를 얻고 갑니다!
아직 공부할 게 더 많다는 것을 느끼고 가네요..
아이디어는 좋지만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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