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1일, 일본 화장품업계의 강자 시세이도가 글로벌 IT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와 공동으로 조인트벤처인 시세이도 인터랙티브 뷰티(Shiseido Interactive Beauty)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시세이도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이 새로운 합작법인(JV)는 7월에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이며, 1억엔의 납입자본금으로 우선 시작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는 여기를 참조하세요)
<Shiseido Interactive Beauty 개요>
Company name: Shiseido Interactive Beauty Company, Limited
Representative: Atsunori Takano
Main business: Providing digital marketing and digital/IT services to Shiseido and its group companies
Location: 5-5, Ginza 7-chome, Chuo-ku, Tokyo, Japan
Capital: 100 million yen
Investment Status: Majority owned by Shiseido
Employees: Approximately 250
Establishment: July 2021 (planned)
시세이도가 밝힌 액센츄어와의 합작법인 설립이유는 하기의 2가지가 핵심으로 보인다.
1. The new company will engage in business model reform centering on digital areas, development of global standard ICT infrastructure and operation systems, and development of talent in the digital and IT fields.
: 디지털 영역/분야에 집중한 비즈니스 모델 개혁, 기존 레거시 ICT인프라스트럭처와 운영시스템의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에 걸맞는 발전유도(클라우드 네이티브 기반의 비즈니스 어플리케이션 개발환경으로의 진화, DevOps 기반 운영시스템 구축 등), 디지털과 IT분야에서의 스킬 향상
2. While incorporating talent and know-how from Accenture, we will enhance IT functions and accelerate digital transformation to strengthen our new digital marketing initiatives with speed and innovation as a group of digital and IT strategy experts in beauty.
: 액센츄어가 가진 디지털 Talent와 Know-How를 통합하는 동시에, 뷰티업계 최고의 디지털 & IT 전략 전문가 그룹으로서 속도와 혁신을 겸비한 새로운 Digital Marketing 이니셔티브를 강화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속화, IT 기능의 확장을 꾀함.
사실, 시세이도는 스타일난다를 인수한 로레알과 더불어, 뷰티업계의 뷰티테크 스타트업 기업을 활발히 인수한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 유명하다. 2018년 초 인공스킨 기술을 보유한 Olivo Laboratories를 인수하기도 하였고, 그 전 2017년 초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피부톤을 체크하면 이를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피부타입/상태를 분석하여 맞춤형 파운데이션을 제작하는 기업인 'MatchCo'를 인수한 바 있다. 그 해 11월에는 또한 인공지능 기반의 가상 메이크업 시연 기술을 보유한 'Giaran'이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하기도 하였다.
즉, 인공지능 기반의 뷰티테크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M&A와 투자를 통해, 고객 데이터를 '유동자산화'하고, 이를 그들이 만드는 화장품 판매로 연결하는 다양한 시도를 오픈 이노베이션 관점에서 시도해온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이러한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M&A Focus)을 마다하고, 액센츄어와 같은 IT/Business 컨설팅 기업과 일종의 디지털 합작법인(Digital Joint Venture)을 별도법인으로 설립하였을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필자가 예측하건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내부적인 속사정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첫째, 시세이도 자체 OI전담조직(주로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인수합병을 전담하는 조직적 성격)이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뷰티테크 기업을 발굴하여 투자 또는 M&A를 한 후, 실제 내부 화장품 상품기획-제조-영업-마케팅 프로세스 별 주요 전담조직과 실제 사업모델적 관점에서의 Win-Win 모델 또는 접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나 M&A는 인바운드(In-Bound) 방식의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가장 최선의 실행전략임에는 분명하나, 이것이 성과를 거두려면, 기존 내부 레거시 부서들이 가진 KPI와 적절이 연계되어 Performance로 연계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GAP이 발생하기 마련이다(양 조직간 문화적 차이도 한몫 차지하기도 한다).
둘째, 인공지능 기반의 뷰티테크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화장품을 이용하는 실제 고객의 개인 데이터(스킨타입과 상태, 그에 따른 적합한 화장품에 대한 추천, 선호하는 컬러와 색상계열, 선호하는 질감 등등)를 확보하여 레이블링하고, 데이터의 품질을 극대화하여 기계학습을 통해 개인화된 추천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통상의 경우, 내부 레거시 조직은 이러한 고객데이터의 '유동자산화'과정에 크게 관심이 없고, 기존 유통망을 통한 영업 행위와 유지, 매출 극대화에만 관심이 많기 마련이다. 데이터의 Monetization에 대한 전사적 합의와 이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이야 말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여정이나,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전통 기업의 심각한 '혁신 딜렘마'
여러 보도자료를 통해 시세이도는 2017년 이후 활발히 뷰티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기존 화장품 기획-제조-생산-판매-마케팅에 이르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가치사슬에 디지털의 Cap을 씌워 변화를 주도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필자가 위에 적시한 바와 같은 몇 가지 문제로 인해 이른 바 '혁신 딜렘마'의 늪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50년 이상된 제조기반의 중견/대기업일 수록 이러한 혁신 딜렘마의 늪은 상당히 깊다.
기존 레거시의 비즈니스 가치사슬을 디지털 중심의 새로운 가치사슬로 이동하려면, 근본적으로 기존 기업내 IT인프라스트럭처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여 디지털 거버넌스(Digital Governance)를 전사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클라우드 위에 차곡차곡 쌓인 고품질의 데이터셋을 인공지능이 학습하여 고도의 개인화된 추천, 매칭, 큐레이션이 가능케 했을 때, 비로서 특정 제품에 대한 판매량으로 직결되고, 또한 상품기획과 마케팅, 브랜드 빌딩의 새로운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어찌보면 기존 전통적인 화장품 기업들이 추구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실체적 진실인 셈이다.
그러나 이 진실에 도달하려면 기존 레거시 조직의 엄청난 공격과 힐난, 필요성에 대한 계속적인 설득의 지난한 과정이 필수적이고, 여기에 지친 최고경영진 또는 오너는 '오너 리더십'을 발휘하여 완전히 새판짜기를 시도하는 경우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세이도와 액센츄어의 뷰티 전문 디지털 합작법인의 출범은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도임을 엿보이는 대목이 기실, 회사 설립 철학에도 잘 나타나있다.
< Corporate Philosophy >
・Mission
To make everyone’s life healthy and rich. To offer each and every individual beauty experiences of tomorrow by making full use of digital solutions and technology.
(최적의 디지털 솔루션과 기술을 활용하여 미래 모든 고객의 개인화된 뷰티 경험을 제공)
> 결론적으로 고객데이터를 유동자산화 하여 맞춤형 화장품 커머스로 매출을 견인하겠다는 의지의 표명.
・Vision
To continue creating innovative beauty experiences as digital / technology professionals with a strong sense of origin. To lead our transformation into the Global No.1 Data Driven Skin Beauty Company.
(본류를 유지하면서 디지털과 기술 전문가로서 혁신적인 뷰티 경험을 지속적으로 창출. 또한 글로벌 No.1 데이터 드리븐 스킨 & 뷰티 기업으로 사업모델을 트랜스포메이션함)
> 결론적으로 화장품 회사는 맞는데, 화장품 제조의 본류로서 자존감을 지키면서도 디지털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데이터에 기반한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의 표명.
예를 들어, 시세이도의 현재 제품군 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전례 없는 개인화된 뷰티 체험을 제공하는 별도의 Consumer Beauty App을 출시한다던가, 사용자가 온라인이나 매장에서 가상 메이크업 및 피부 진단 테스트를 거치면서 디지털 데이터베이스에서 이력을 분석 할 수 있다던가, 구매 데이터와 연구 데이터를 함께 적용하여 상담, 제품에 대한 개인화된 제안을 CS 차원에서 진행한다던가, 선택한 장소와 시간에 메이크업 레슨을 받을 수 있게 유도한다던가, 최신 뷰티 기술을 활용하여 디지털과 오프라인 접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평생 맞춤형 서비스(정기케어)를 제공한다던가 등 수없이 많은 개인화된 뷰티 경험 기반 서비스를 다양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액센츄어 스스로도 할 수 없고, 시세이도 혼자만으로도 불가능한 새로운 디지털 사업영역이라는 것이다.
인앤아웃바운드 방식의 새로운 Open Innovation,
'디지털 합작법인(Digital JV)'
<시세이도 인터랙티브 뷰티>가 의미하는 것은 주지한 바와 같이, 기존 전통적인 대기업/중견그룹사/상장사들이 수십년 동안 그들이 시장에 적층구조로 쌓아놓은 기존 레거시 가치사슬로 인해, 단순 스타트업 투자나 인수합병과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시도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연결, 이행되지 않을 때 한번 쯤 고려해볼만한 새로운 합작법인의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합작법인'과 일반 '합작법인'은 그렇다면 무엇이 다를까? 디지털 합작법인의 차별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 기존 전통적인 대기업/중견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이행을 위한 전담조직. 이는 결론적으로 기존 레거시 사업모델이 가진 한계를 인공지능 기술을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여 데이터 드리븐 조직으로 변화시키려는 강력한 오너의 리더십이 개입할 때 가능.
- 기존 레거시 IT인프라스트럭처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유연하고 애자일한 IT인프라스트럭처로의 전환을 시도할 때 유효. 다양한 고객접점에서 고객의 unmet needs에 맞는 비즈니스 &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을 적시적소에 퍼블리싱함으로써 유효한 고객데이터를 획득하는 것이 디지털 합작법인의 가장 큰 과제중 하나. 기존 레거시 조직에서는 계열 SI 기업을 통해 이렇게 유연하고 애자일하게 고객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있음.
어찌보면 시세이도와 액센츄어가 만나 '시세이도 인터랙티브 뷰티' 라는 새로운 '디지털 합작법인'이 만들어진것도 새로운 오픈 이노베이션의 한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겠다. 인바운드 방식(투자, M&A, Cloud Sourcing 등)도 아니고 아웃바운드 방식(Spin-Off, Spint-Out)도 아닌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가 적절히 배합/융합된 형태의 인앤아웃바운드(In&Out Bound)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다. 즉, 시세이도 입장에서는 사내벤처의 형태로 Spin-out를 시킨 것은 아니나(아웃바운드 방식), 50% 이상을 소유한 최대주주로서 지위는 유지하고, 이 합작법인에 필요한 디지털 탈렌트를 지닌 주요 인적자원과 노하우, 스킬 등은 액센츄어라는 기업을 스카우팅하여 2대 주주로 끌어들인(인바운드 방식)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점점 더 오픈 이노베이션은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방식이 다양한 형태로 연결되고 융합되는 형태로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속해있는 더인벤션랩에서도 최근 여러 대기업들과 인앤아웃바운드 방식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있고, <오너 리더십>을 통해 가장 극적인 형태로 표출되는 인앤아웃바운드 방식의 오픈 이노베이션 유형이 <디지털 합작법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합작법인으로 가기 전 마일스톤 플랜을 짜고 그 전단계인 <디지털 원팀, Digital OneTeam> 제도를 운영해보는 것도 방법이다(디지털 원팀은 서로 다른 2개 조직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이행을 위해 인적자원을 1차적으로 통합하여 한 공간에 있으면서 Mingle하는 단계를 경험하는 것을 의미).
디지털 합작법인은 예측컨데, 기존 전통기업 입장에서는 금년과 내년을 관통할 새로운 디지털 전략의 중요 어젠다가 될 확률이 농후해 보인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실행을 위한 새로운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로서 <디지털 합작법인>이 여러 산업에서 출현해보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