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배송 경쟁을 둘러싼 커머스 사업자들의 속사정

0
4150

작년 말 Holiday Shopping 시기부터  시작되어 4월이 된 지금까지 미국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당일 배송을 의미하는 'Sameday Delivery' 서비스 제공 경쟁이다. 2012년 말 Ebay가 Ebay Now라는 이름의 당일 배송 서비스를 뉴욕 맨해튼과 브룩클린 지역까지 확장 할 계획임을 밝혔고, Google 또한 2013년 3월 말 Shopping Express를 들고 나섰다. 워낙 빠른 배송이 잘 구현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사업자들이 왜 갑자기 이 난리들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지 않을 수 없다.

 

[Google의 당일배송 서비스 Google Shopping Express]Google

 Source: www.geek.com

 

당일 배송 경쟁 사건의 발단 - Amazon

사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Amazon 으로부터 시작 된다. Amazon은 2012년 7월 그 동안 Sales Tax를 내지 않기위해 온갖 정치적 로비와 주장을 펼쳐오던 입장을 돌연 바꿔 Sales Tax를 주(State) 별로 단계적으로 납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ales Tax는 Physical한 Presence를 가지는 상점에만 적용 되는 판매세로, Amazon 같은 온라인 사업자가 그동안 오프라인 사업자 대비 가격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주요한 원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압박이 심화되면서 Physical Presence의 법적 개념을 확대하고 Amazon에게도 Sales Tax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재미있는 점은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압박에 못이겨 Sales Tax를 내야하는 코너에 몰린 줄 알았던 Amazon이 실상은 오프라인 사업자들에게 또 다른 카운터 펀치를 날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동안의 가격적인 메리트를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내놓은 회심의 일격은 바로 대도시 인근에 물류 센터를 확대하고 당일 배송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와 뉴저지를 비롯한 각 주에 수 억 달러대의 자금을 물류센터 구축을 위해 투입하기로 했다.

당시 외신들은 일제히 이러한 내용을 보도하고 '오프라인 사업자들은 이대로 망하는 것인가' 하는 다소 자극적인 문구를 곁들이며 분위기를 북돋웠다.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아침에 일어나 물건을 주문하고 저녁에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아무도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나가서 무언가를 구매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오프라인 사업자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구매 즉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점이었으나, 장거리 운전을 하고 Mall까지 가서 주차를 한 후 사람들과 부딪혀가며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에 줄을 서야하는 모든  과정을 생각해보면 오프라인 쇼핑이 그다지 즉시적이지도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Amazon의 이런 움직임은 그야말로 미국 커머스 시장에 허리케인 급 폭풍을 만들어냈다. 2012년 말 미국 최대의 쇼핑 기간인 Holiday Shopping 시즌에는 그 동안의 주요 혜택이었던 무료 배송보다는, 당일 배송이 기본 혜택으로 여겨질 정도로 다양한 사업자들의 경쟁이 이루어졌다. 특이한 점은 오프라인 사업자인 Walmart도 이러한 움직임에 가세하여 자사의 오프라인 매장들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 한 배송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이에 더하여 Walmart는 최근 또 다른 대안을 내놓았는데, 바로 Crowdsourcing에 기반 한 당일 배송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것으로, 매장에 방문 한 다른 Walmart Customer를 배달원으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이다.  온라인 쇼핑 주문자와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사용자가 매장에 방문하면서 대신 물건을 Pick Up 해준다는 컨셉인데, 벌써부터 도난이나 안전의 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기는 하다.

 

당일 배송의 시작은 오프라인 커머스 사업자의 종말을 예고하는가?

궁금한 점은 이같은 배송 관련 경쟁이 과연 커머스 시장의 현재 지형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는가 하는 부분이다. Amazon의 당일 배송 서비스 계획에 호들갑을 떨며 오프라인 시장의 종말을 예고하던 외신들의 예측이 과연 옳은 것일까?

Morgan Stanley가 지난 2013년 1월 흥미로운 내용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공개했는데 여기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보고서는 'How The E-Commerce Revolution Is Changing Everything We Know About Retail' 이라는 제목으로 오프라인 리테일 사업자의 영역이 온라인과 모바일에 의해 Disrupt 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제대로 된 Fulfillment 시스템의 구축이 온라인 커머스 사업자에게 Critical한 이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온라인 커머스가 전체 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매우 적으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큰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이 자료를 보니 전 세계에서 한국이 온라인 커머스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점도 흥미롭다. 미국과 일본을 제친 규모이다. 글로벌 시장을 놓고 볼 때에는 2012년 현재 시점의 온라인 커머스 Penetration이 6.5%이고 2016년에는 9.3%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Global eCommerce Penetration of Retail Sales]

 

eCommerce Penetration

Source: Morgan Stanley, 2013년 1월 발표자료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Fulfillment를 위한 비용이 높아질 수록 Shipping Cost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는 Amazon이 지금처럼 Last Mile 물류를 위해 비용을 태우면 태울 수록 장기적으로 Shipping Cost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를 얻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Amazon 입장에서 Sales Tax 납부로 인해 일부 상실할 것으로 여겨지던 가격 경쟁력이, Shipping Cost 절감을 통해 다시 확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가격적인 메리트를 유지하면서 배송까지 빨라진다면 더욱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Fulfillment Investments Drive Shipping Cost Savings]

 Fulfillment

 Source: Morgan Stanley, 2013년 1월 발표자료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Conclusion 

당일 배송 경쟁에는 커머스 시장의 파이를 빼앗으려는 온라인 사업자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오프라인 사업자의 입장이 철저히 반영되어 있다.  글로벌 시장의 Penetration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2008년 전체의 4%에 불과했던 온라인 커머스 시장이 8년만인 2016년에는 두 배 이상인 9.3%로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비율을 단순계산하여 8년마다 두 배씩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2024년에는 18.6%, 2032년에는 37.2%가 될 수도 있다. 또는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면 2032년 이전에 벌써 이러한 비율을 달성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단순 예측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니다.

[Global eCommerce Penetration Forecast]Penetration

Source: Morgan Stanley, ROA Consulting Estimated

사실 이번에 부각 된 당일 배송 경쟁의 경우 양측이 본격적인 힘겨루기를 앞두고 펼치는 연습게임 수준일 수 있다. 온라인 커머스 사업자들이 오프라인을 치고 올라가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이 밖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아래 자료에서와 같이 온라인 커머스가 세상을 Disrupt 할 만한 요소로는 가격적인 측면과 선택의 다양성 등 많은 요소들이 존재한다.  단, 오프라인 사업자들도 자신들의 시장을 넋놓고 빼앗기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시장에서의 전쟁은 앞으로 흥미 진진해질 일만 남아있다.

[Five Disruptive Forces in eCommerce]

Five

Source: Morgan Stanley, 2013년 1월 발표자료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Morgan Stanley 보고서 원본 링크 참조.   http://www.businessinsider.com/morgan-stanley-ecommerce-disruption-20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