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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후 시대의 도래는?
한국에 아이폰 3GS가 상륙한 지 6년이 지난 올해 2016년, 견고했던 스마트폰 시장에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2010년은 본격적으로 아이폰 3GS가 한국에 보급되기 시작한 해이자 동시에 안드로이드의 첫 번째 레퍼런스폰인 넥서스 1이 나오고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선보이면서 실질적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된 원년이다. 지금 스마트폰은 세상을 장악했고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마치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스마트폰을 써온 듯이 느껴지지만 이렇게 되는데 불과 6년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9년까지만 해도 일부 얼리어댑터 사용자들을 제외하고는 스마트폰을 경험하지 못했으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세상을 상상하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우리는 그만큼 변화가 빠른 세상에 살고 있다.
이렇게 빠른 변화의 속도는 언제 스마트폰 이후의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가 다가올지 알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스마트폰보다 더 편리한 기기가 나오면 스마트폰 역시 피처폰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뜻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느 시점에는 분명 스마트폰 자체가 단종될 것이다. IT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기기를 IoT 기기나 웨어러블 기기에서 찾고 있다. 전체적인 흐름상 스마트워치나 구글 글래스 같은 웨어러블 기기들이 스마트폰을 대신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거기까지 가는데 있어서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많이 산적해 있다.
스마트폰을 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성능적인 문제들
우선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의 지속시간 문제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그 특성상 손목시계나 안경의 형태로 몸에 직접 걸치기 편하게 크기가 작고 가벼워야 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물리적으로 작아진 배터리의 용량도 작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저전력을 사용하는 AP가 필요하다. 현재의 AP기술로는 컴퓨팅 파워와 전력 소모량이 비례하기에 저전력을 사용한다는 의미는 기기의 성능이 저하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발열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현재는 발열을 줄이기 위해서 AP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저전력소모는 발열억제와 동일한 의미이다.
현재 그나마 용량이 작은 배터리에서도 스마트워치가 그럭저럭 작동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에 비해 컴퓨팅파워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물리적인 디스플레이 사이즈가 작기 때문이다. 전자기기에서 가장 전력소모가 많은 부품이 바로 디스플레이인데 이 부분이 작기에 소비하는 전력량이 스마트폰에 비해 작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현재의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에 비해 기능이 제한되어 있으며 성능도 떨어진다.
만약 배터리 기술의 획기적인 발명에 의해 현재 크기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스마트폰과 동등한 컴퓨팅 파워와 기능, 지속시간을 가진다 해도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UI,UX와 물리적인 문제들
첫째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정보의 양이다. 스마트폰 5인치 화면에서의 정보의 양과 스마트워치 1인치 화면에서 보여지는 정보량의 차이는 단순계산 해도 5:1 정도다. 이러한 디스플레이 영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손목시계 형태 외에 다른 보조적 디스플레이를 사용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구글 글래스와 같은 형태가 될 확률이 높다.
인터페이스에 대한 문제도 있다. 스마트폰에서 카톡을 할 때 타이핑 하는 것보다 편리하게 문자를 입력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나오지 않는 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사로서 음성인식이나 제스처 등이 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요원하다. 누가 회의나 수업시간에 음성으로 메시지를 보내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여러 단점은 현재의 기술 수준과 상황에서 안 된다는 뜻이지 미래에도 계속 그럴 것은 아니다. 지금은 불편한 기술이지만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거나 우리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방법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 몇 년 후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앞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결국 스마트폰도 나중에는 다른 기기로 전환될 것이다.
1st Device의 위치는 누가 차지 할 것인가?
1st Device란 사람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기기를 말한다. 예전에는 PC가 1st Device의 위치에 있었고, 지금은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으며 2nd Device의 위치에는 태블릿 PC가 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스마트워치나, 스마트글라스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언급하고 있다. 앞서서 언급한 숙제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전제로 스마트 기기들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확률이 높아 보이지만, 우리가 현재는 예상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기기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가 휴대폰을 이렇게 사용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우선 요즘 각광 받고 있는 VR기기는 어렵다. 현재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리얼월드의 시야를 완전히 가리는 인터페이스로서는 태생적인 한계로 길거리에 쓰고 돌아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AR은 차세대 디바이스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기기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써보면 아직 프로토타입에 가깝게 느껴진다. 일단 첫인상은 디자인이 깔끔하다는 것이었는데, PC를 내장하고 있다 보니 물리적으로 사이즈를 줄이는데 아직까지는 한계가 있다. (무게는 800그램정도로 삼십분 이상 쓰고 있으면 목이 아파오네요.) 구글글래스가 이런 면에서는 승리라고나 할까. 대신 홀로렌즈는 안경을 쓰고 착용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퀄리티는 괜찮다. 물론 가시 영역이 제한적이고 패닝이나 틸팅시 RGB 상이 리프레시 되며 시차가 생기긴 하지만, 초기 버전임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화질 면에서 VR 기기와 비교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이유는 빛이 차단된 방에서 빔을 쏘는 VR과 달리 AR은 일반적인 조명의 장소에서 빔을 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컴퓨팅 부분에서는 인텔 아톰칩의 일종이 들어있는데 아마 발열이나 배터리 소모를 감안하여 선택 했을 것이다. 운영체제 내에서의 렌더링 퀄리티나 리프레시 속도를 본다면 적절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블루투스 지원으로 각종 블투 기기를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제스처가 많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과 코티나 음성지원으로 음성명령이 가능하지만 한국어 지원이 안된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다른 단점도 있다. 요다 효과로 머리가 커 보이고 애써 셋팅한 헤어 스타일이 망가질 수 있다는 것과 500만 원에 육박하는 소비자가격.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홀로렌즈와 같은 디바이스의 등장은 뭔가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아마도 세 번째 버전 정도가 나오면 가격도 적정하게 내려가고 크기나 성능도 쓸만하게 바뀔 것 같다. 일단 그때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