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이 생각 저 생각) 구글의 하드웨어, 성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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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4일 발표한 구글의 픽셀폰(출처 : 구글)

구글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하드웨어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스마트폰인 Pixel, VR 기기 DayDream, 아마존 에코의 구글판이라고 할 수 있는 Google Home, 크롬 캐스트 울트라, 구글 WIFI. 이 다섯가지의 기기들은 특별히 시장에 새로 나온 제품은 아니지만 하드웨어 시장에 나서는 구글의 첫번째 에디션으로 별로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구글이 하드웨어를 처음 내놓은 것은 아니다. 크롬 전용 노트북인 크롬북, 넥서스 시리즈, 크롬캐스트,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 아라 등 상당히 많은 하드웨어를 내놓았지만 프로토타입이거나 레퍼런스 제품으로 판매량이 많지 않고 크롬 캐스트를 제외하고는 의미있는 시장 점유율를 확보한 기기가 없었다. 한마디로 하드웨어시장에서 큰 존재감 없이 기기를 생산하고 있었던 것이 구글의 마켓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대로 구글이 삼성이나 LG와 같은 안드로이드 진영 회사와의 협조를 위해 일부러 레퍼런스폰만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에는 동의할 수 없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후 모토로라를 통해 ‘모토X’ 라는 전략폰을 만들어 시장을 두드렸으나 상품성이 떨어져 50만대 남짓 팔리는 실패를 했다. 만약 구글이 안드로이드 진영의 회사들과 안드로이드 초창기에 했던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만 만들고, 하드웨어는 협력사가 만든다.’ 라는 원칙에 의거했다면 이런 대규모 판매를 위한 시도가 아예 없었어야 한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초창에 내세웠던 ‘OS와 하드웨어 기기의 분담’ 원칙은 이미 깨어진지 오래이며 그럼에도 구글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들어서지 않았던 이유는 ‘신사협정’이 원인이 아니라 구글 자체가 본격적으로 하드웨어를 생산하고 판매할 준비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2016년 4월 28일 구글은 닉 오스털로 전 모토로라 사장을 영입하여 구글의 하드웨어를 총 책임지는 전담부서를 신설하여 맡겼다. 이제까지 구글 내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던 구글 하드웨어 플랫폼을 하나로 엮은 이 신설 부서는 기존에 판매중이던 넥서스, 크롬 캐스트, 크롬북, 구글 글래스와 개발중이던 프로젝트 아라, VR 기기 등 하드웨어 부서를 통폐합하였다. 닉 오스털로 구글 부사장은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할 당시 모토토라의 사장이었으며, 구글이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매각할 때 레노버로 옮겨갔다가 다시 구글의 부사장으로 돌아온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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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오스털로 구글 부사장

10월 5일에 발표한 이 5가지의 제품들은 4개월 남짓된 이 신설부서에서 발표되기는 했지만 개발 기간을 고려할 때 하드웨어부서가 신설되기 이전부터 각각 개발되던 제품일 것이다.

이번 발표로 구글은 새로운 전선을 구축했다. 스마트폰인 픽셀은 기존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제조사와 경쟁을 하게 되었으며 후발 VR 기기인 DayDream은 오큘러스와 수많은 중국산 VR기기들 사이에서 생존 해내야하며, 구글홈은 강력한 선두주자인 아마존의 ‘에코’와 전선을 구축했다. 구글 캐스트 울트라는 워낙 구글 캐스트가 경쟁력있는 제품이라 그 브랜드를 계속 이어가겠지만 마이너한 제품이다보니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고, 구글 와이파이는 사실 디자인 외에 차별화할 점이 별로 없는 제품이다.

  • 구글의 하드웨어, 성공할 것인가?

구글이 가장 기술력 있는 IT 기업이라는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구글이 성공한 영역은 검색광고와 구글앱스, 안드로이드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 한정한다. 심지어 소프트웨어 부문도 다 성공만 한것도 아니다. 구글 버즈, 구글 웨이브, 구글+ 등 수많은 서비스가 문을 닫거나 성적이 부진해 크로징 할 예정이다.

하드웨어의 경우 실패가 더 많았는데 미디어 플레이어인 넥서스Q, 스마트홈 기기인 리볼브, 구글 글라스, 모토X 등 구글이 하드웨어 분야에서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적이 없었다. 크롬북이나 넥서스 시리즈도 지속적으로 제품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대박 성공이라고 할만한 제품은 전무하다.

구글이 한다고 해서 반드시 검색광고처럼 성공만 하는게 아니며, 특히 하드웨어 부문에서 구글의 경쟁력은 성공한 레퍼런스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아직 발표한 제품들이 실사용자들에게 판매되어 실제적인 피드백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구글 하드웨어의 판매가 성공할지 실패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전과 상황이 달라진 것은 만일 이번 제품군이 실패 한다하더라도 전과 달리 지속적으로 하드웨어 개발을 진행할 것이라는 점이다.

만일 새로나온 구글 픽셀폰이 시장에서 의미있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다면 스마트폰 시장은 큰 움직임으로 재편될 것이다. 여기서 의미있는 시장 점유율은 5% 인데, 한해 10억대 정도 스마트폰 판매량을 기준으로 본다면 5,000만대 정도로 세계 5위의 제조사에 들어간다.

구글 픽셀폰은 가장 낮은 사양이 625달러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해서 만들어졌다. 현재 세계 프리미엄폰 시장은 삼성의 고가폰 라인과 애플 아이폰으로 양분되어 있으며,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간 플랫폼을 바꾸는 경우보다 안드로이드 진영내에서 기기를 변경할 확률이 높다. 전체 판매량의 20%인 1000만대 정도는 애플 아이폰에서 넘어온다고 가정해도 나머지 4000만대는 삼성폰과 같은 프리미엄 안드로이드폰 사용자가 픽셀폰의 사용자가 될것이라는 뜻이다. 아마 최소 3000만대 이상은 삼성폰에서 픽셀폰으로 넘어가게 된다.

 

  • 삼성전자, 독자노선을 걸을 수 있나?

구글이 이렇게 독자적으로 픽셀폰을 낼 수 있는 것은 안드로이드로 충분히 스마트폰 OS 시장을 장악했다고 판단해서이다. 만일 픽셀폰이 나오는게 마음에 안든다고 LG전자나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를 안 쓸 수 있을까? 한마디로 대안이 없다. 구글이 폰이 아니라 뭘 만들던 이들이 안드로이드 외에 선택 할 수 있는 OS가 없다. (물론 이 의견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반대 의견을 낼 것이다. 하지만 LG전자나 중국 업체들이 MS에 라이선스피를 내가면서 안드로이드를 안쓰고 윈도폰을 선택할 것 같지는 않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다른 독자 노선을 걸을 수 있는 회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삼성전자가 있다. (LG의 Web OS는 글쎄…)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전혀 상관이 없는 회사지만 삼성전자의 입장은 이들 회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23% 정도 가지고 있지만 (2016년 1Q기준) 대다수가 안드로이드이며 SOS(Samsung OS)라고 불리는 타이젠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0.2% 정도이다. (0.3%라는 주장은 스마트폰 외에 기어S와 삼성 TV 등에 들어간 것들을 포함한 숫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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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젠이 삼성의 안드로이드 OS를 채용한 스마트폰을 대체하기에 시장 점유율이 턱없이 낮아 실질적으로 삼성전자 역시 안드로이드 OS를 대체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만약 구글이 5%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다면,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률은 19~20% 정도로 낮아질 것이다.

 

  • 구글 픽셀폰이 경쟁력을 갖추는 법

구글이 하드웨어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의미는 이제까지 파트너이자 협력사였던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과 본격적인 경쟁관계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구글의 위치는 삼성전자의 단순 경쟁자가 아니라 경기의 심판도 같이 본다고 생각해야한다. 이번에 나온 첫번째 구글 픽셀폰이 5%정도로 크게 성공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두번째, 세번째 버전으로 갈수록 게임은 구글에 유리하게 전개될 소지가 높다. 이제까지의 넥서스는 말 그대로 ‘레퍼런스’ 폰으로서 위치했지만 ‘픽셀’은 레퍼런스가 아니라 구글의 ‘전략폰’이다.

구글 입장에서 보면 삼성전자에게 ‘내주었던’ 23%의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시장을 돌려 받을 때라고 생각할 것이다. 구글이 기존 삼성전자폰과 차별화하는 방법은 하드웨어적인 특성과 디자인을 강화하는 방법도 한가지겠지만 소프트웨어적인 방법도 동원할 것이다. 즉 누구보다 먼저 최신 안드로이드 폰을 내놓을 수 있는데가 바로 구글이다. 애플이 주로 하반기에 새로운 버전의 아이폰을 내놓고 있고, 삼성전자가 봄, 가을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구글이 만약 한여름에 최신 안드로이드 폰을 내놓는다해도 삼성전자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 것이다.

또 한가지는 이번에 나온 구글 홈이나 구글캐스트 울트라처럼 구글 전용 서비스를 서포트하는 하드웨어와 서비스 구성으로 부분적인 폐쇄성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 할 수 있다. 실제 이번 발표에서 구글은 AI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하드웨어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발표하였으며 이번에 발표된 제품군으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삼성 갤러시로 픽셀을 대체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도 기어 S를 갤러시 전용으로 사용하게 만든것처럼…) 그리고 앞으로 나올 구글 하드웨어제품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네트워크 효과는 더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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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DayDrem과 구글 홈(출처 : 구글)

  • 시사점

이번 구글의 하드웨어전략의 주 경쟁 상대는 애플이 아니라 ‘삼성전자’이다. 구글 입장에서 봤을 때 로열티 높은 애플 사용자들을 설득해서 안드로이드 폰을 사게 하는 것 보다 이미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는 사용자들을 공략하는게 쉽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타이젠 등으로 독자적인 OS를 모색하고 있는 마당에 이전과 같은 구글-삼성전자의 끈끈한 파트너쉽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독자적인 플랫폼으로서 홀로서기를 하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며 그동안 프리미엄 폰을 지향하는 구글의 픽셀폰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잠식할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갤럭시 노트7의 폭발 사고는 애플보다 구글폰으로 사용자가 이동하는 촉매제가 될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프리미엄 안드로이드폰 사용자가 중국폰보다는 구글 픽셀로 이동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를 감안해 볼 때 구글이 이번 해를 기준으로 2년~3년 후에는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자리를 확고히 잡을 것이다.

이번 구글의 발표를 보면서 ‘어자피 이 바닥은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영화 타짜의 대사가 떠올랐다.


neo@nweb.kr
김석기 컬럼니스트는 현재 허브줌을 포함하여 디지에코, 아이뉴스24 등에 IT 관련 전문 컬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동양대학교의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오랫동안 웹서비스를 기획하고 런칭하였으며, 로아컨설팅의 임원(이사)으로 참여하여 웹-모바일 서비스 기획과 전략수립 컨설팅 프로젝트를 다수 주도한 바 있다. 이후 중앙일보 모바일 사업기획팀으로 옮겨 모바일 사업을 총괄하였으며, 뜻한 바 있어 홀연히 나와 모폰웨어러블 이라는 웨어러블 기기/서비스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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