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파노라마, ‘플랫폼혁명, 게임의 규칙이 변한다’ 방영후기

  • KBS파노라마, '플랫폼 혁명, 게임의 규칙이 변한다' 

KBS 2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KBS파노라마를 담당하는 책임 PD로 부터 연락이 온 것은 아스팔트 열기가 한창 뿜어나오기 시작하던 6월 말 경이었다.
플랫폼이란 쉽지 않은 주제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는 전갈과 함께,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고, 메일로 플랫폼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을 보내왔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면서 필자 스스로도 그동안 플랫폼에 대해 연구해 왔던 내용, 사례 등을 오랫만에 장시간에 걸쳐 쏟아붙기 시작했다.
인터뷰를 7월 초에 진행하고 방영(1편)이 9월 말에 되었으니, 근 2달 동안 방영이 언제 되는지도 모르고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가, 실제 방송 이후 오히려 주변 지인들로부터 방송소식을 전달받았다. 그리고 10월 중순, 1편 방송의 후속편으로 '한국경제, 플랫폼으로 진화하라'는 제목으로 이민화 교수, 조용호 대표와 함께 패널 토론자로 초청받아 2편 방송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그만큼 플랫폼이 잠깐 스쳐가는 '트렌드(Trend)'가 아니라, 산업전반의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를 리드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인식을 일반 대중에게 쉽고 설득력있게 설명했고, 그에 대한 관심도가 커진 탓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방송의 후기 차원에서 플랫폼이 왜 산업계를 뒤흔드는 패러다임 쉬프트가 되고 있는 지에 대해 필자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 왜 플랫폼은 트렌드가 아니라, 패러다임 쉬프트의 주체가 되고 있는 가? 

산업의 '플랫폼화'가 한 순간 떴다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트렌드'가 아니라, 기존 경제 매커니즘을 바꿔버리는 '패러다임 쉬프트'의 주체가 될 것이라는 필자의 믿음은 다음의 같은 이유에서 이다.

경영전략의 구루이자 대가인 하버드 대학의 석좌교수인 마이클 포터가 1980년대에 펴낸 3권의 책은 경영전략을 연구하는 사람이나 경영전략 컨설팅 업체라면 반드시 탐독하고 응용하여 사용하게 되는 불후의 명저이다.  1980년 펴낸 경쟁전략(Competitive Strategy),  1985년 발표한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 1990년 발간한 '국가 경쟁우위(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가 바로 그것이다.

경쟁전략에서는 그 유명한 '5 Forces'가 등장한다.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해지는 요인을 5개의 '힘'이 작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전략적 사고의 실용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  5개의 '힘'이란 신규진입자의 위협, 경쟁기업(경쟁의 강도), 대체재의 위협, 구매자의 교섭력, 공급자의 교섭력을 의미한다. 이 5개의 경쟁구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기업이 포지셔닝하는 산업 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경쟁전략이 주로 산업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그의 2번째 명저인 경쟁우위에서는 기업내부로 관심을 돌렸다. 경쟁우위론에서 등장하는 프레임이 그 유명한 '가치사슬(Value Chain)'이론이다. 기업이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확인하고 모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서 '가치 사슬'을 제시하면서,  이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3가지 전략을 설명한다. 비용우위-차별화-집중화가 바로 그것이다. 가치 사슬 시스템에서 중요한 것은 저비용을 체질화하여 경쟁기업에 대응하는 동시에, 디자인/품질/서비스 등을 압도적으로 차별화하며, 특정지역/소비자 등에 경영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value chain

[마이클 포터가 1985년 발표한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에서 제시한 가치사슬(Value Chain) 프레임워크
출처 : Mind Tools

마이클 포터의 경영전략적 사고는 고객관점보다는 기업관점에서 자원의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은 가치사슬 전반의 효율적 활동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여, 마진(Margin)을 경쟁사보다 압도적으로 높여야 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 중요한 것이다. 고객은 항상 가치 사슬의 끝 단에 위치하는 매우 단면적인 구조(One-Sided Market)이다.

value chain-2

기존 경영전략의 프레임워크 상에서는 항상 '고객'은 끝 단에 위치한다.
출처 : 가치사슬 프레임워크 그림은 mind tools 사이트.

이러한 단면적인 구조에서는 고객/소비자는 항상 끝 단에 위치한다. '고객 최우선 주의'라고 기업들은 외치지만, 실상 고객은 한계비용(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 추가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C/S, A/S 비용 발생). 또한 엄청난 마케팅 비용(홍보/PR 등)의 투입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의 머릿 속에 인지시켜야 더 많은 판매가 일어난다.
따라서 거의 항상 고객의 목소리, 피드백은 묵살되기 일쑤이고, 어떻게 하면 한계비용을 낮춤으로써(원가를 절감함으로써), 중간이윤(마진)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단면적 구조에서는 실상 고객에게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투입되는 일정 수준 이상의 마케팅 비용이 투입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계비용을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콘트롤 하기란 불가능하다. 오히려 고객을 더 많이 'Care'하고 'A/S'해 줄 수록 한계비용은 늘어난다.

그러나 플랫폼의 구조, 즉 양면적 구조(Two-Sided Market)에서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플랫폼 구조에서는 플랫폼 공급자(Platform Provider)가 가치 사슬의 관리 보다는, 서로 다른 성질의 양 측면(혹은 다면)간의 상호 작용(Interaction)을 극대화시켜주는 컴포넌트(Component)와 이 컴포넌트를 플랫폼 후원자(Platform Sponsor, 이 플랫폼 후원자 그룹이 Supply Side와 Demand Side User로 양 측면을 구성) 그룹이 잘 활용하여 생태계(Ecosystem)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하기 그림 참조).

 

platform structure

Opening Platforms: How, When and Why?
Thomas R. Eisenmann, Geoffrey Parker, Marshall Van Alstyne
August 31, 2008

즉, 플랫폼 사업의 주체인 기업(플랫폼 공급자)의 핵심은 애초 부터 양 측면의 존재하는 고객군이 누구인지 면밀히 파악하고, 그들이 플랫폼 공급자가 만들어 놓은 컴포넌트(Component, 여기서 컴포넌트는 HW, SW, Service 등을 포괄하는 개념임. 즉, 특정 제품과 서비스는 플랫폼을 구성하는 하나의 컴포넌트일 뿐임)를 어떻게 하면 초기에 많이, 빠르게 이용하여 상호 거래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느냐이다.

따라서 플랫폼 관점에서 기업의 경영전략 프레임워크는 애초부터 '고객지향적'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수익모델을 획득하고,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획득하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 다른 양 측면의 고객그룹 간에 상당한 규모의 거래 관계, 상호작용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른 바 '교차 네트워크 효과(Cross Network Effect)'를 확보해야만 플랫폼 공급자는 양면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 수 있다. 이 교차 네트워크 효과는 양 측이 플랫폼이 제공하는 컴포넌트가 경제적 효용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확보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 공급자인 기업은 양 측의 경제적 효용이 발생 가능한 일정한 기술적/제도적인 매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플랫폼 공급자가 제공하는 '교차 보조' 도구라고 한다.

플랫폼 공급자가 제공하는 '교차 보조' 전략에 의해 일단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확보되면(양면 시장의 형성), 그 전파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서, 플랫폼 공급자가 별 다른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양 측의 고객이 알아서 플랫폼에 참여하게 된다. 즉,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확보된 플랫폼의 양면시장에서는 플랫폼 공급자, 그리고 플랫폼에 참여하는 플랫폼 후원자의 한계 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된다.

최근 한국에 방문한 제레미 리프킨이 쓴 '제로 한계비용 사회(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를 보면, 공유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집카(ZipCar), 에어비엔비(Airbnb)와 같은 공유경제 모델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들 플랫폼 공급자들이 한계비용을 점점 더 제로 수준으로 만들어 버리면서, 기존 한계비용이 높은 전통적인 사업모델(렌트카 업체, 호텔체인업체 등)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포터의 주장 대로, 기존 렌트카 업체와 호텔체인업체가 집카, 에어비엔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 관점에서 '비용우위'를 유지해야 하는데, 플랫폼 공급자 만큼 한계 비용을 떨어뜨릴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던 지 경쟁이 힘들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의 택시업계는 우버(Uber) 때문에 총 매출액이 60%나 절감됐다고 한다. 우버가 경쟁우위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택시라는 자산을 한 대도 소유하지 않고도 자차를 가지고 있는 운전자와 가격이 조금 비싸도 편하게 집에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타기를 원하는 차량 이용자를 연결해주었기 때문이다. 양 측의 이용자는 플랫폼에 참여하는 비용이 제로 수준에 가깝고, 플랫폼 공급자인 우버 또한 차량을 자산화 하지 않고도(한계 비용이 제로 수준에 가까움), 택시를 계속해서 자산화 해야 하는 기존 택시업계 보다 더 좋은 서비스로 차별화하여 경쟁이 가능하다.

IT기술, 특히 빅데이터(Big Data)와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의 진전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기기의 출현과 함께 더욱 더 고도화되고 있다. 이들 기술의 최대 적용처가 바로 제조업이다. 전통적인 백색가전 업체 부터 시작하여, 대부분의 소비 생필품을 제조/생산하는 대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으로 그들의 IT 자원을 전환하고 있고, 더욱 더 소비자의 성향을 빅 데이터 분석 기술에 의존하여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학습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까지 소비자/이용자 환경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공부하고 학습하여 이것을 기업 내부의 IT 자원과 연동하여 더 많은 제품을 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곳이 제조업인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존 물류/유통망 또한 변화될 수 밖에 없으며,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 프레임워크로는 집카, 우버, 에어비엔비와 같은 양면시장적 구조를 가진 플랫폼 기업과 경쟁 하기 힘들게 된다.

  • 'Building Products or Building Platform?'

'한국 경제, 플랫폼으로 진화하라' 편에서는 유독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최근 중국 내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빼앗은 '샤오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 동안 중국은 글로벌 하청업체의 천국으로만 비춰졌는데, 이베이와 아마존의 전체 거래액을 상회하는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나스닥 상장이 향후 중국 기업의 빠른 부상을 예고하는 것이기에 한국 대기업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재료로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전통적인 제조업의 가치로 경쟁력을 획득한 국내 대기업이 순식간에 플랫폼의 가치를 획득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목격하는 성공적인 글로벌 플랫폼 공급자(기업)인 구글, 애플, 아마존, 이베이, 페이스북 등의 사업자를 벤치마크해서 '이런 플랫폼 사업을 한 번 시도해 봅시다'라고 하는 것은 더욱 더 쉽지 않고, 적용하기도 불가능하다.

고려해 볼만한 방법은 마이클 포터 교수의 가치 사슬 시스템 상의 일부를 플랫폼의 양면적 구조화를 통해 한계 비용을 줄여,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체 가치 사슬 시스템의 일부를 플랫폼 구조로의 전환을 IT기술(Cloud / Big Data)을 활용하여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성과에 연연하지 않은 지속 가능한 추진/실행이 최고 의사결정권자(Owner/CEO)의 적극적인 지지 하에 이뤄져야 성공확률이 높을 것이다.

대기업의 플랫폼전략

대기업의 플랫폼 전략 방안 예
출처 : 김진영

계속 반복해서 주장하는 것이지만, 'Building Products or Building Platform?', 이 것이 국내 기업에게 던져진 질문이자,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KBS파노라마, 플랫폼, 게임의 규칙을 바꾼다 방송]

[KBS파노라마, 한국경제 플랫폼으로 진화하라 방송]


david@roailab.com
로아인벤션랩의 CEO, 경영학박사(플랫폼전략). 2003년 로아컨설팅을 창업한 후 14년 간 대표이사를 맡다가 2017년 3월 로아인벤션랩 대표이사로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필자는 '버티컬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2011년 초, 국내에 플랫폼 개념이 국내에 무르익기 전에 열심히 주창하였고, 서적(버티컬 플랫폼, 클라우드북스 발행, 2011년)을 발행하면서 국내에서는 최초로 버티컬 플랫폼을 리드하는 스타트업과 생태계, 플랫폼과 관련한 전문적인 컬럼을 지속적으로 발표하였다. 로아인벤션랩은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로서 개라지박스(인큐베이션 센터)와 넥스트박스(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등 2개의 물리적 공간을 운영하면서 많은 스타트업과 이들이 가진 훌륭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대기업/중견기업과 연결하고 매개하는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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